한국일보

한류열풍과 한중관계

2016-04-06 (수) 여주영(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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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국의 한 TV방송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전 세계에서 제일 많이 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54개 국가와 FTA를 체결, 국가의 경제적 발전은 물론, 나라의 위상도 세계적으로 많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12억 인구의 인도나 대만 등 동남아 국가가 한국의 IT제품에 푹 빠져 있고, 러시아 경우 한국의 우수한 가전제품에 열광하면서 한국 가전제품의 독무대가 되었다고 한다. 또 프랑스 국민들도 한국의 IT제품에 환호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이처럼 한국의 많은 제품들이 FTA협정을 통해 세계 많은 나라에 한류바람을 뜨겁게 일으키고 있다. 이번에 한국정부는 멕시코와 FTA협정을 재추진키로 하고 약678조 원의 인프라 투자계획에 동참키로 하였다고 한다.

300년 전 구미열강의 집요한 통상요구에도 불구하고 흥선 대원군의 강력한 쇄국정책으로 문을 꽁꽁 걸어 잠갔던 조선이 오늘날 이처럼 다국간의 교역을 활발하게 추진하는 나라가 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움과 함께 격세지감을 느낀다. 이처럼 급속한 발전에 한몫을 더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드라마와 영화, 노래 등을 통한 한류열풍이다.


지난달 말 중국 아오란 그룹의 단체관광객 6,000명이 한국을 방문해 여러 명소를 구경하고 치킨 3,000마리와 캔 맥주 4,500개로 치맥 파티를 즐긴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의 대거 방문으로 인천이 한바탕 들썩거린 모양이다. 이는 중국의 한류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고도 남는 일이다. 이들은 ‘별에서 온 그대’ 등의 한국 드라마와 K팝 공연에 매료돼 꿈에 그리던 한국을 가슴 설레며 찾아와 한국문화에 깊숙이 빠져들었다고 한다.

중국의 한류 열기는 시진평 주석의 부인 평리위안이 지난번 시 주석의 한국방문에서 창덕궁을 방문했을 때 한국의 인기드라마 ‘대장금’ 장면에 들어온 것 같다며 좋아했고 동대문 시장에 들렸을 때는 전통 고추장을 사고 나전칠기, 한과 세트를 사가지고 갔을 정도이다. 그리고 한과가 너무 맛있어서 다시 측근을 보내 두 세트를 더 사가지고 갔다는 설이다. 그리고 “우리 남편이 ‘별에서 온 그대’ 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다. 드라마의 주인공 모습이 마치 남편인 시 주석의 젊은 시절 모습과 똑같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는 평리위안이 얼마나 한국문화에 매료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이런 열기는 근래 한중간의 외교관계에서도 관계를 돈독히 하는 윤활유가 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가진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줄곧 미소로 화답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는 한국의 국력이 그만큼 상승해 있다는 증거이고 시 주석이 중국의 경제발전에 한국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진핑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순풍에 돛을 달고 대양으로 함께 나가자”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평화의 바다로, 우호의 바다로 함께 나가자”고 했다. 이는 서로 같은 뜻을 담은 같은 마음으로 인사를 주고받은 것일 것이다.

중국과의 좋은 유대관계, 밀접한 우호관계는 한국의 경제발전에 일익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남북간의 긴장관계에서 중국의 역할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무드를 계속 한류열풍으로 이어가 어떻게든 적대관계에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민족의 숙원인 남북통일의 물꼬를 트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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