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슴 설레는 봄기운

2016-04-04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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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저지 파라무스에 소재한 재활병원에 20년 동안 수용되고 있는 흑인 조이스 애킨스 부인이 있다. 교통사고를 당하여 남편이 죽고 자신은 전신마비가 되어 목부터 아랫도리는 쓰지 못한다. 그녀는 미술에 소질이 있어 입에 붓을 물고 그림 그리기를 배웠다. 세계 명화들을 옮기며 해마다 봄이 되면 이것들을 팔아서 신체장애자들에게 선물하는 것이 그녀의 보람이고 기쁨이다. 겨울의 굳은 대지를 뚫고 나오는 새싹과 같은 갸륵한 에너지가 아니겠는가!

‘안네 프랑크의 일기’에 이런 글이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그 마음속에 기쁜 소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봄의 기쁜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은 얼마나 위대한가! 당신은 마음껏 사랑할 수 있지 않은가! 당신은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이보다 더 기쁜 소식이 어디에 있겠는가?“

꽃소식이 남쪽으로부터 올라오듯 봄의 편지, 희망의 속삭임을 봄바람 속에서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하다. 인권운동을 위하여 앨라배마를 방문한 킹 목사는 가난한 흑인 청년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봄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너희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고귀하고 훌륭하고 하나님이 내신 귀중한 생명이라는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하여 왔다.


” 텍사스의 우체부 한 사람은 우편물 배달 도중 날마다 한 줌씩 빈 터에 꽃씨를 뿌렸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광야 길이 꽃밭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도 삭막한 사회 구석구석에 꽃씨 뿌리는 사람, 킹 목사처럼 봄소식을 전하는 메신저가 되면 어떨까!

나무 가지에 물이 오르고 봄기운이 천지에 가득 하다. 대자연도 봄이 되면 설레고 꿈틀거려 움직임을 보인다. 어째서 봄이 되면 에너지가 솟을까? 볼티모어의 정신의학자 펙 박사(Alan Peck)는 햇빛의 영향이라고 한다. 해가 길어지면 빛이 눈의 각막을 자극하고 그 결과 수면 식욕 등을 자극시키는 효소가 발동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어쨌거나 봄은 마음을 설레게 하고 사람을 바깥으로 더 나가게 하는 활동력을 만든다.

기대에 어긋났던 일도 겨울날처럼 잊어버리자. 놓쳐버린 돈도 잡지 못한 기회도 겨울바람처럼 잊어버리자. 뼈에 사무친 미움도, 용서할 수 없다고 다짐했던 원한도, 지겹던 눈보라처럼 잊어버리자. 싱그러운 금잔디가 다시 돋고 있지 않은가! 남 몰래 흘리던 눈물도 혼자 내뿜던 한숨도 이젠 잊어버리자.

그렇다. 봄이 왔다. 당신도 새 출발 할 수 있다. 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 듯 당신도 욕심과 허무한 꿈에서 깨어나라. 굼벵이가 매미가 되 듯 땅만 보던 시선을 하늘을 행하여 높이 들라.

나는 ‘봄의 기도’를 적어보았다. “풀도 꽃도 기지개 키며 일어서는 이 계절에 나도 긴 동면에서 일으켜 주소서. 아픈 상처와 쓰라린 과거에서 일어나 새 날을 바라보게 하시고, 하늘 봄기운에 나도 꿈틀거리게 하소서. 맥 빠져 누웠던 벌레의 온상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기적과 사랑하는 기쁨을 맛보게 하소서. 나의 작은 고치에서 해탈하게 하시고, 나의 좁은 상자에서 해방시켜 주시며, 삐걱거리는 나의 고장 난 말과, 나의 해어진 심보를 꿰매어 주소서. 굳어진 영혼을 저 봄기운으로 다시 반죽하여 주셔서 아이 같이 설레는 마음으로 재생시켜 주소서. 오 주님, 봄의 에너지를 내게 채워주소서.”

봄의 에너지는 ‘희망’이다. 희망은 당신의 시간에 활력을 주고 그대의 앞날에 밝음을 약속한다. “우리는 아무리 짓눌려도 찌그러지지 않고 궁지에 몰려도 빠져들지 않는다.”고 바울은 고백하였다. 이런 희망을 바울은 ‘부활의 신앙’이라고 불렀다. 한 해는 봄으로부터 시작하다. 하루는 아침으로부터 시작한다. 언덕의 이슬은 진주처럼 빛나고 하나님은 바로 여기에 계시니, 틀림없이 오늘도 즐거운 날이 될 것이다.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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