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치권력과 인생무상

2016-04-02 (토)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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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권력이다. 권력을 잡기위해 정치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한국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다. 한국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4월13일, 눈앞에 있고 미국은 대통령을 뽑는 대선이 11월에 있다. 요즘 신문을 펼쳐 보거나 방송을 틀면 온통 정치판 얘기로 도배를 하는 듯하다. 정치는 생물(生物)이기에 그럴 거다.

남한과 미국은 민주주의 나라로, 정치는 양면성을 지니고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서로 권력을 잡기 위해 싸운다. 한 마디로 민심을 잡기 위한 투쟁이다. 힐러리와 샌더스는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트럼프는 온갖 욕을 먹으면서도 공화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大)~통령(統領)이 되기 위한 수순이겠지.

얼마 전 조선의 개국을 그린, 이방원이 주축이 된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끝났다. 드라마에서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은 정몽주, 정도전 등을 죽이며 결국 권력을 찬탈하여 조선의 제3대 임금인 태종이 된다. 고려가 조선이란 나라로 세워지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대 권력의 이동과정인 피의 숙청이 따른 거다.


정치가 사람을 죽이는 이런 과정에서 권력을 잡기위한 정치세력간의 술수와 음모, 배신과 모함 등은 생물처럼 꿈틀대며 펼쳐진다. 정치권력, 즉 왕권을 잡기 위해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일단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된다면 그 후는 권력이 보호해준다. 재벌도 벌벌 떨게 만드는 게 한국정치 권력 아니던가.

한국의 총선 공천과정에서 여당의 김무성대표가 인심을 많이 잃었나보다. 금년 초만 해도 한국대선 후보물망 여론조사에서 1위였는데 뚝 떨어져서 다른 후보이하로 훨씬 더 쳐져 있다. 이러다간 총선에선 여당이 이긴다 해도 다음 대선에선 여당이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솔솔 나오는 얘기들이 반기문 차기대통령 대망론이다.

반유엔사무총장은 올해 총장임기를 내려놓는다. 이어 내년엔 한국의 대통령선거가 있는데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후보 0순위가 반기문총장이다. 이에 대해 김무성대표는 반총장이 대권도전에 생각이 있다면 정당을 골라 입당해, 당당히 선언하고 활동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한국의 권력판도에 새로운 바람이 불지도 모를 판국이다.

여당이 반총장을 받아들이고 그가 대통령후보가 되어 대통령이 된다면 이원집정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원집정제(二元執政制:Semi presidential system)란 대통령은 외치를, 총리는 내치를 맡아 정치를 하게 되는 제도다. 현재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이 이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되려면 반드시 헌법 개정이 있어야만 한다.

정치는 권력이지만, 그런 권력을 무수히 누리던 한 정객이 졸수(拙壽)인 90이 되니 ‘인생무상’을 느낀다고 말한다. 지난달 29일, 고향을 찾은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종친회장이취임식에 참석해 한 말이다.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나온 김전총리는 고향에 뼈를 묻겠다며 정치와 권력, 인생의 무상함을 참석한 6,000여명에게 토해 냈다.

하긴, 나이 90에 무얼 바라겠는가. 인생무상이요, 권력무상이지. 이제 가야할 곳은 단 한 곳, 그의 부인이 잠들고 있는 무덤 곁이다. 굳이 국립묘지를 마다한 김전총리는 지난해 먼저 떠나 고향 부여에 묻힌 부인 박영옥여사의 묘소 옆에 묻히고 싶단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겠지. 권력도 한 때요 명예와 부귀영화도 한 때일 것이겠지.

한국의 총선, 식물국회나 동물국회를 만들지 아니할 의원들이 뽑히길 바란다. 또 대선,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을 안겨줄 수 있는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미국의 대선, 진정으로 미국을 청교도의 정신으로 되돌릴 수 있는 후보가 대권을 잡았으면 좋겠다. 권력을 잡은 정치가들이여, 나이 90이 되면 인생무상을 느낄 것이여~.

<김명욱<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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