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엉터리, 터무니, 어처구니!’

2016-03-28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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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엉터리다!” 엉터리는 ‘사물의 근거나 대강의 윤곽’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엉터리없다’는 어떤 일의 근거나 윤곽이 없다는 뜻이 된다. 정도나 내용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의미다. 허황된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이 바로 ‘엉터리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요즘은 ‘엉터리’란 말 자체가 ‘엉터리없다’란 뜻을 갖게 됐다.

“터무니없는 변명이 드러나는 것인가?” 엉터리와 비슷한 말로는 ‘터무니’가 있다. ‘터를 잡은 자취’를 뜻하는 말이다. 지금은 ‘정당한 근거나 이유’를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그래서 ‘터무니없다’는 허황하고 엉뚱하여 어이가 없다는 뜻이다. 이 말은 흔히 ‘-없다’와 결합한 형태로 쓰인다. ‘터무니없는 거짓말’ 식이다. ‘터무니없는’ 자리에 ‘턱없는’을 넣어도 자연스런 표현이다.

“그건 턱도 없는 일이다!” ‘턱없다’는 ‘이치에 닿지 아니하거나, 그럴만한 근거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턱’은 ‘마땅히 그리하여야 할 까닭이나 이치’를 말한다. ‘영문을 알 턱이 없다’처럼 쓰는 이유다. 그런데 ‘턱없다’를 잘못 사용할 때가 많다. 흔히 ‘에이 홀컵까지 택도 없다’는 말처럼. 그럴 때 쓰는 ‘택도 없다’는 당연히 틀린 말이다. ‘턱도 없다’가 와전돼 잘못 쓰이는 것이다.


“어처구니없는 중상모략은 아녔다!” ‘터무니없거나 턱없이 말도 안 돼 기가 막힐 지경’이면 ‘어처구니없다’고 한다. ‘일이 너무나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다’의 뜻이다. 이는 어이없다와 같은 말이다. ‘어처구니’는 ‘맷돌에 달린 나무 손잡이’를 가리키는 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다.

사전적 의미는 “상상 밖의 엄청나게 큰 사람이나 사물”을 나타낸다. ‘어처구니’ 역시 ‘하는 짓이 어처구니없다’처럼 주로 ‘없다’와 쓰인다. ‘어이없다’의 ‘어이’는 ‘어처구니’와 같은 말이다. 이 말도 반드시 ‘없다’와 결합해서 ‘어이없다’나 ‘어이가 없다’식으로만 쓰인다.

‘엉터리, 터무니, 턱도 없다, 어처구니없다’ 등의 단어는 비슷하면서 다른 말이다. 의미적으로도 얼핏 섞바꿔 쓸 수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말맛을 다르다. 조금씩 의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요즘 법정다툼에서 벗어난 뉴욕한인회에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쏟아지면서 한인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소문으로만 나돌았던 뉴욕한인회관 99년 장기리스 계약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그동안 소문일 뿐이라고 주장했던 민 전 회장은 이제 와서 “뉴욕한인회와 한인사회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참으로 엉뚱한 변명(?)이 아닌가 싶다.

민승기 전회장, 김민선 현회장 그리고 역대회장단은 뉴욕한인회 27만 달러에 달하는 한인회관 부동산세 미납에 대해 여전히 책임공방 논쟁을 벌이고 있다. 법정소송을 벌일 태세다. 또 다시 터무니없는 상황이 펼쳐질까 우려를 주고 있다.

그뿐 아니다. 아직까지 인수인계가 차질을 빚고 있다. 전직 담당직원이 뉴욕에 없다는 이유로 퀵북 인수인계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코퍼레이션 북과 씰은 아예 분실됐단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까 싶다.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 집행부에서 재산세 미납문제를 동포사회 성금으로 해결하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성금으로 밀린 재산세를 해결하는 것은 마치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다. 이 문제는 어떡하든 회장 자리를 두고 법정다툼을 벌인 당사자들이 해결할 일이다. 동포들에게 떠안기는 것은 턱도 없는 처사일 뿐이다.

한인회가 법정소송 해결 후에도 또 다른 골치를 앓고 있다. 그렇다고 한인들은 욕만 하거나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제부터라도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면 된다. 한인 모두가 하나가 된다면 못할 일도 아니다. 한인회가 오늘 문제를 해결하고 내일의 꿈을 주는 곳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현 회장과 집행부는 우리 앞에 놓인 문제를 설령 오늘은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내일이면 꼭 해결된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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