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협상 대비용 높은 가격… 매매 기간만 지연

2016-03-24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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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져가는 부동산 조언, 봄철보다 오히려 겨울철 집 내놓아라

▶ “직접 팔면 수수료 아껴” 잘못된 조언

시대가 흐르면서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조언들이 많다. 생활 방식과 가치관이 바뀌면서 더 이상 적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관련된 조언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철칙처럼 여겨졌던 조언들이 최근 의미가 많이 바래져가고 있다. 주택 구입 절차, 매물 검색 방법, 주택 구입자 신분이나 지위 등이 빠르게 바뀌면서 예전 조언들은 더 이상 쓸 모가 없어진 것이다. 최근 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부동산 관련 조언들을 알아본다.

■ 집은 봄에 내놓아라
봄철에 집을 내놓으라는 조언은 여름 방학 기간 중 이사를 준비하는 바이어를 잡기 위한 조언이다. 늦어도 8월 중순 이전에 이사를 마치려면 6월 중순 이전에 주택 거래가 시작되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봄철에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바이어의 신분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이 조언은 의미를 상실해가고 있다.

자녀를 두지 않은 젊은 부부나, 미혼자, 또는 자녀가 이미 출가한 은퇴 연령층 바이어들이 최근 주택 시장의 대세 바이어 그룹이다. 주택 구입 시기를 학교 방학 기간에 굳이 맞출 필요가 없는 바이어들이다. ‘연중무휴’ 집을 보러 다니기 때문에 봄철에만 집을 내놓아야 할 이유가 없다. 요즘 바이어 그룹의 특성을 잘 파악한 일부 바이어들은 매물량이 줄어드는 겨울철(11월~1월)을 오히려 집을 내놓는 시기로 활용하기도 한다.


■ 수수료 절약하려면 직접 팔아라
주택 구입 수요가 급증하면 집을 직접 파는 셀러도 급증한다. 바이어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제공해야 할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집을 직접 파는 일이 쉽지도 않고 성공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잘못된 조언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밥빌라 닷컴’에 따르면 집을 직접 파는데 성공한 셀러들은 에이전트를 거쳐서 팔았을 때보다 평균 약 15% 낮은 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만달러짜리 집을 직접 팔 때 약 6%에 해당하는 약 2만4,000달러의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지만 매매 가격에서 약 6만달러나 손해를 본다는 조사결과다. 거기에다 주택 거래 과정에서 소모된 셀러의 시간과 노력 등까지 감안하면 이제 포기해도 될만한 조언이다.

■ 집 팔려면 주방 개조공사가 필수
주방이 집을 판다는 말이 있다. 주방 시설이 잘 꾸며져 있을 때 집을 쉽게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주방 조건이 바이어들의 주택 구입 결정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히 집을 팔기 위한 주방 개조는 큰 의미가 없다. 리모델링 매거진에 따르면 집을 팔기 전 주방 전면 개조를 실시했을 때 주택 판매 뒤 회수되는 비용은 약 84% 정도다.

다른 리모델링 공사에 비해 회수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공사 기간동안 감수한 번거로움은 포함되지 않는다. 판매 목적으로 주방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전면 개조 공사보다는 부분적인 간단한 공사로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첫 번째 오퍼가 가장 좋은 오퍼다
첫 번째 오퍼가 가장 좋은 오퍼라는 것은 준비된 바이어라는 이유 때문이다. 모기지 대출 사전 승인 등 주택 구입 준비를 완료한 바이어가 제출한 오퍼라는 것이 이유지만 셀러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의 오퍼가 아닐 수도 있다.


특히 주택 구입 경쟁이 심한 지역의 경우 가장 먼저 제출된 오퍼가 좋은 오퍼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셀러의 반응을 시험해보기 위한 목적으로 서둘러 제출된 오퍼가 많이 섞여 있다.

생각보다 낮은 금액의 오퍼가 가장 처음 제출됐다면 리스팅 가격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카운터 오퍼를 보내 바이어측 의도를 파악하는 ‘역공’이 필요하다.

■ 오픈하우스가 집 판다
오픈하우스를 개최해야 집이 잘 팔린다는 것은 일반인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있는 고정 관념이다. 그래서 리스팅 에이전트에게 왜 오픈 하우스를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는 셀러도 많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서 오픈 하우스를 통해 집을 파는 데 성공한 비율은 고작 2%에도 미치지 않는다.

효과적인 매물 홍보 수단으로 알려진 오픈 하우스 개최는 실상 셀러보다 리스팅 에이전트가 새 고객을 발굴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 시세보다 조금 높게 내놓아라
처음부터 적절한 시세를 반영한 가격에 집을 내놓는 것이 가장 중요한 주택 판매 전략이다. 인터넷을 통한 주택 시세 정보가 보편화돼 셀러보다 시세 정보에 능통한 바이어가 많다.

아무리 좋은 조건의 집이라도 시세보다 높게 나온 집은 바이어들이 거들떠보지 않는다.

집을 내놓은 뒤 3~4주 안에 오퍼를 받지 못하면 주택 판매는 점점 힘들어진다.

3~4주가 흘러도 바이어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면 결국 셀러 스스로 가격을 내리게 되는 등 불리해지기 시작한다.

■ 수리할 필요 없이 크레딧 제공하면 된다
홈 인스펙션에서 보고된 지적 사항을 수리대신 수리비로 제시하면 셀러측이 수월하게 거래를 마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직접 수리가 걱정인 셀러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흔히 전하는 조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바이어들의 성향이 많이 바뀌면서 주의해야 할 부분도 많아졌다.

문제 하나 없이 입주 준비가 된 집을 선호하는 바이어들이 많아지면서 집을 내놓기 전에 아예 각종 수리를 마치는 셀러도 늘었다.

수리비를 제공 받더라도 주택 구입 뒤 바이어가 직접 수리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중도에 주택 거래가 취소될 확률도 높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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