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뉴욕총영사관은 한국정부의 거울

2016-03-24 (목) 이경하(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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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얼마 전 김기환 뉴욕총영사가 일부 영사와 행정직원에 대한 인격 모독을 일삼고 국민의 혈세를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각종 의혹으로 한국 외교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주 수일에 걸쳐 인터넷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를 통해 연재된 김기환 뉴욕총영사 ‘갑질 논란’ 시리즈의 충격 스토리는 가히 뉴욕 한인사회는 물론 한국내 공직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기에 충분했다.

한국 외교부는 현재 “김기환 뉴욕총영사와 관련된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 확인 중”이라며 “확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계획”이라고 공식 입장만 밝혀 놓은 상태다.


김 총영사에 대한 ‘갑질 논란’의 사실여부야 외교부의 조사가 끝나면 밝혀지겠지만, 사실 한국 정부를 대표한다는 뉴욕총영사관의 부끄러운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제 지난해 뉴욕총영사관 소속 외교관들의 주차위반 과태료는 체납액 순위에서 뉴욕 주재 영사관들만 놓고 비교했을 경우 단연 최고로 조사돼 망신살이 뻗친 적이 있었다.

또한 지난해 한국 감사원이 공개한 ‘재외공관 운영실태’에 따르면 뉴욕총영사관의 전직 문화홍보관은 뉴욕에서 재직당시 자신의 부인 개인용도로 쓴 식비와 주차비를 업무 추진비라고 거짓 신고해 공금을 타낸 것은 물론 공관 법인카드 등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일이 반복해 일어났을 때마다 뉴욕총영사관은 다시는 불미스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말을 듣는 뉴욕의 한인들은 이제 수긍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이번엔 뉴욕총영사관 수장인 총영사까지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의혹에 휩싸이면서 한국정부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향후 뉴욕총영사관의 외교 역량 약화에 대해서도 걱정을 해야 하는 실정이 됐다.

뉴욕총영사관은 세계의 수도인 뉴욕에서 한국 정부를 대표하고, 재외국민을 대변하는 거울과 같은 곳이다. 그래서 일까 일그러지고 깨진 거울을 바라보는 한인 동포들의 마음은 더욱 씁쓸하기만 하다. 총영사관이 재외국민들의 민원 해결을 위해 물적 양적 지원에 신경에 써야 하지만 오히려 동포들이 총영사관을 걱정하는 해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라도 불리한 상황을 순간 모면하려는 임기응변이 아니라 다시한번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해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고칠지 진지한 고민을 해볼 때가 아닐까 싶다.

<이경하(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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