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크리스천 절반이 “오해받고 있다” 고충 토로

2016-03-23 (수)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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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층은 더해 60%가 “박해 받는다” 응답

▶ “신앙이 능력 발휘한다” 엔 81%로 긍정적

크리스천 절반이 “오해받고 있다” 고충 토로

미국의 한 이민교회에서 한인 기독교인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기독교는 고난 속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왔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이후 교회는 핍박을 받아도 더욱 강건해지고 신앙은 정수처럼 맑아졌다.

외형적 규모는 위축될지라도 부흥의 불씨는 오히려 첨예하게 타올랐다. 부활절을 앞두고 고난 주간을 통과하는 기독교인들은 과연 신앙으로 인한 삶의 고통을 느끼고 있까.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많은 교인들이 다양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와 목회자, 교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 방향으로 급변하고, 성경적 가치관을 무시하고 억누르는 정책과 풍조가 만연하면서 기독교인이 일상에서 마주치는 고난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복음주의와 진보, 개신교와 가톨릭을 모두 아울러 실시한 조사에서도 기독교 신앙으로 인해 크리스천이 느끼는 고충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바나리서치가 지난 16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크리스천의 절반 이상이 ‘기독교에 대해 오해를 받는다’(54%)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박해를 받고 있다’(52%)고 밝혔다. 이 밖에도 ‘소외 당하기도 한다’(44%)는 응답과 ‘침묵을 강요 당한다’(38%)는 답변도 의외로 많았다. 이와 함께 ‘떳떳이 신앙을 말하기 두렵다’(31%)거나 ‘바보처럼 보일까 두렵다’(23%)고 고백한 크리스천도 적지 않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젊은 밀레니얼 세대에서 이와 같은 경향이 한층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층에서는 비교적 느슨한 신앙생활을 하는 크리스천 사이에서도 ‘오해를 받는다’는 응답이 무려 65%를 차지했다. 또 ‘박해를 받는다’는 답변도 60%, ‘말하기가 두렵다’가 절반에 육박하는 47%나 됐다. 오늘날 젊은 크리스천이 학교와 직장 등에서 맞닥뜨리는 반기독교적 환경이 얼마나 완강한 지를 보여주는 통계다.

성경을 가치관과 삶의 기준으로 삼고 적극 교회생활에 참여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신앙적 고난은 전체 크리스천보다 높게 나타났으며, 밀레니얼 세대 남녀 크리스천과 비숫한 수준을 보였다.

한인 성도가 가장 많이 포함되는 부류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경우, ‘오해를 받는다’(65%)와 ‘고난을 받는다’(60%)는 답변이 밀레니얼 세대 젊은이와 똑 같았다. 또 ‘침묵을 강요 당한다’(50%)는 대답도 청년층(46%)과 거의 같은 수준을 보였다. 보수적인 신앙관을 가진 중장년 및 노년층과 비기독교적인 환경에 둘러싸인 청년 크리스천이 신앙적 열정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오늘 내가 사는 사회 속에서 기독교가 어떻다고 생각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절대 다수인 98%가 ‘선을 이루는 힘’이라고 대답했다. 또 ‘꼭 필요하다’는 답변도 93%에 이르렀으며 86%는 ‘구별되며 특별하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자신의 신앙관이 세상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사람은 57%에 불과했으며 ‘능력을 발휘한다’는 기독교인은 71% 뿐이었다. 복음주의 기독교에 대한 소중함이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매우 높은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정도에는 아쉬움을 표현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문으로 평가되는 항목은 밀레니얼 청년 세대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74%)와 ‘능력을 발휘한다’(81%)는 대답이 오히려 복음주의 기독교인들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타난 것이다. 신앙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젊은 크리스천들이 밝은 시선으로 신앙과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바나리서치의 데이빗 킨너맨 대표는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크리스천이 심각하게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의미를 분석했다. 킨너맨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크리스천이 현대 사회에서 기독교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낙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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