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예수의 피 밖에 없네

2016-03-21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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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의 고난주간(Passion Week)이 시작되었다. 고난주간은 거룩한 주간(Holy Week)이라고도 말하며 예수가 십자가를 지신 한 주간이다. 종려주일(부활절 전주일)로부터 시작된다. 목요일은 세족목요일이라고 하여 예수가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었고, 최후의 만찬이 있었으며, 예수의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가 있었다. 그리고 금요일 재판이 있었고, 예수가 십자가에 달린다.

성경에서 피는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피 흘림이 없으면 사함이 없다.”(히9:22) 즉 용서의 필수 조건이고, “십자가의 피로 화평을 이루사”(골1:20) 곧 평화의 매개이며, “그의 피로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시고.”(계1:5) 즉 피는 자유와 해방의 능력이고, “그의 피로 말미암아 구속을 받았다.”(엡1:7)고 함은 구원의 요소가 됨을 말하며, 모세가 제물의 피를 백성에게 뿌리며 “너희와 세우신 언약의 피”(출24:8)라고 선언한 것은 약속의 보증이 된다는 뜻이고, “그리스도의 피는 양심을 깨끗하게 하고”(히9:14) 예수의 피를 통해서만 하나님께 가까이 나아갈 수 있다고 하였다.(히10:19) 실로 성만찬은 이렇듯 엄청난 예수의 피에 참예하는 은혜의 잔치인 것이다.(고전10:16)

사순절 행사로 세계 도처에서 십자가 행렬이 벌어진다. 그 중에서도 제일 역사가 오래고 유명한 것이 불령 코르시카 섬의 십자가 행렬이다. 여기에 참가하여 십자가를 지겠다는 예약자가 80명, 한해에 두 사람만 질 수 있으므로 40년분이 예약된 셈이다.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은 여기에서 십자가 지는 일이 매우 어려워 예수의 고통을 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모래 길을 맨발로 걸어야 한다. 비록 2.4 킬로를 걷는 것이지만 발바닥에서 피가 나고 그 피를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며 예수의 피를 묵상하는 것이 최고의 은혜 체험이 된다고 한다.

이런 십자가 행렬에 참가하지 않아도 예수의 고난에 동참할 수 있는 일은 날마다 우리 주변에 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다.”(마10:38)고 제자의 길을 엄히 규정하신 것은 날마다 죽으라는 말과 같다. 듣기에 따라 민망할 정도로 엄격한 요구이다.

찬송 184장(나의 죄를 씻기는)은 ‘예수의 피 밖에 없네’가 열 한 번 반복되는 특이한 찬송이다. 작사 작곡을 한 로버트 로우리 박사가 뉴욕 브룩클린에서 목회할 때 전염병이 돌아 교인들도 몇이 감염되어 목회자로서 몹시 지쳤을 때 이 노래가 지어졌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예수의 피 밖에 없다는 고백이다. 속죄도 성결도 평화도 소망도 예수의 피 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미국 농아들은 수화로 예수를 가리킬 때 오른 손 가운데 손가락을 왼 손 손바닥에 찍어 못 박힌 것을 나타낸다고 한다. 예수의 대표적 이미지는 못 박힌 손, 거기서 흐르는 피다. 바울의 자랑은 자기 몸에 예수의 흔적을 가진 것이었다.(갈6:17) 그것은 십자가의 흔적이며 피 맺힌 자국이다. 물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를 따르는 자의 정신적인 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예수가 골고다로 행하는 십자가 행렬은 성 금요일 오전 아홉 시에 이루어졌다. 아마도 지구상의 어떤 행렬보다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게 된 역사적인 행렬일 것이다. 십자가 처형은 유대인의 처벌 형식이 아니며 로마의 방식으로서 노예와 최악의 죄수에게 행하여진 사형 방식이었다.

예수는 이 모든 과정을 말없이 순종하고 참으셨다. 그는 이 모든 고난이 아버지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고난의 잔’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예수의 최후의 말은 “아버지, 저 사람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하는 사랑의 언어였다.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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