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죽음의 DNA

2016-03-18 (금) 조성내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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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DNA는 중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죽어야 할 운명의 사람들은 죽음을 끌어당겨서, 죽어야 할 시간에 맞추어 죽는 것 같다. 어느 젊은이가 길을 가다가 자동차에 치어죽는 장면을 텔레비전에서 보았다.

만약 이 사람이 두세 발만 더 앞에 혹은 더 뒤에 있었더라면 이 사람은 죽지 않고 살아났었을 것이다. 혹은 자동차가 일초만 더 빨리, 혹은 일초만 더 늦게 사고를 냈었더라면 이 사람은 다치지 않고 살아 날 수가 있었다.

이 사람은 태어날 때 이렇게 자동차에 치어 죽으라는 운명을 갖고 태어났었을까? 자기 운명대로 죽기 위해서 이 사람은 꼭 그 시간에 그 장소를 걸었었단 말일까? 그래서 이 사람은 자기 운명대로 죽은 것일까?


김종필 씨가 쓴 글에 5.16혁명이 성공하고 난 뒤, 식당에서 우연히 한 역술가를 만났다. 그는 김종필 씨에게 “박정희 씨가 20년 후에는 흉탄에 맞아 죽을 것입니다” 라고 일러주었다. 박정희 씨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맞아 비명에 가고 말았다. 역술가의 예언이 적중했다.

그렇다면 사람은 태어날 때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죽을 것이라는 정해진 운명을 미리 갖고 태어났단 말인가? 태어날 때 죽음의 DNA가 유전인자에 박혀있었단 말인가?

얼마 전에 한국의 한 TV방송에서 또 다른 역술가가 김정은이 올해 암살이나 급사를 당할 운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역술가는 비가 오면 비를 오지 못하게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산을 사용해서 비를 피할 수 있는 식으로, 죽을 운이지만 죽음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고 하였다.

사주상으로 볼 때 김정은은 박근혜 대통령하고는 궁합이 아주 잘 맞는다. 김정은이 수양아들로 박 대통령을 수양어머니로 모시고 그리고 두 사람이 화해의 대화를 가지면 그의 죽음을 피할 수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정은(1984년 1월 출생)은 39세 이후의 사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39세 이전에 죽는다고 했다. 지금 그의 나이는 32세. 그러니까 앞으로 7년은 더 살수 있다는 말이다.

위의 예언이 사실로 될지 혹은 헛된 거짓이 될지, 우리는 두고 볼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박대통령을 수양어머니로 모시고 대화를 갖는다면 평화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만약 그가 암살을 당한다면, 다음 이북 통치자는 원자탄을 포기하고 이북 경제 발전을 택할 수가 있다.

만약 김정은이 암살을 당한다면 누구한테 당할까? 현대사회에서 민간이 국가 원수를 암살한다는 것은 거의 상상하기 어렵다. 민중이 봉기한다고 해도, 민중이 국가원수를 죽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이북에도 남한에서 박정희를 죽인 김재규 같은 암살자가 있을까? 흥미가 생겨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조성내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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