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복자세 상실한 뉴욕총영사

2016-03-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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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김기환 뉴욕총영사가 일부 영사와 행정직원에 대한 인격모독, 정부예산 사적용도 사용 등의 각종 의혹으로 한국 외교부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엊그제 뉴욕총영사관에 따르면 한국 외교부가 최근 ‘갑질’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른 뉴욕총영사를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뉴욕의 인터넷 블로그 ‘시크릿오브코리아’는 총영사가 지난 4월 부임 초기부터 업무용 노트북 마련 때 담당영사에게 애플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노트북 컴퓨터 등의 구입을 요구한 점을 지적했다. 당시 담당 총무 영사는 보안과 예산 문제로 난색을 표하자 이들간에 갈등이 시작, 공관 예산집행에 관한 마찰과 함께 담당영사가 파견근무까지 다녀온 것으로 전해져, 보복성 인사 조치라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뉴욕을 방문한 총영사 장인부부가 1개월 간 총영사 관저에 머문 점, 장인 친구 10여명을 관저에 초청해 가진 점심접대비를 ‘동포초청 오찬행사’로 둔갑시켜 국민혈세로 처리한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전임총영사의 관저보수공사관련 총무과 행정직원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사와 함께 ‘청문회’를 열고 행정직원들에 대해 막말을 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에 대해 한인들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재외공관장이나 공관원들이 늘 한국정부에서 오는 손님맞이에서 일부 현지 한인들만 접촉하며 한인사회에 위화감 조성 및 군림하는 인상을 주어왔기 때문이다.

사건의 진상은 조사후 곧 드러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뉴욕총영사관에 이런 사태가 생겼다는 점에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 한국정부의 비싼 혈세로 운영되는 총영사관은 한국정부를 대표하여 본국정부의 해외활동에 기여하며 한인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기관이다. 그곳의 수장은 이에 걸맞게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여전히 군림하는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매우 한심스럽다.

총영사관은 이번 파문을 반면교사로 삼고 빨리 문제를 시정해서 두 번 다시 이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자세를 낮추어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공복의 자세를 보여야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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