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알파고의 역습

2016-03-16 (수) 여주영(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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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 경 그리스 밀레투스에서 많은 철학자 및 과학자들이 천체와 물, 공기 등을 연구하면서 시작된 과학은 그동안 2,600년이 흘러오면서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초기 대표적인 것이 기원전 3세기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의 원리’와 ‘부력의 법칙’이다. 그는 “어떠한 지점만 있으면 지구도 움직일 수 있다”고 하면서 작은 힘이지만 무거운 물체를 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원리를 발견했다. 또 목욕탕에서 배가 뜰 수 있는 원리를 찾아내 부력의 법칙을 정립했다. 이때 그가 목욕탕에서 기뻐 뛰어나오면서 토해낸 유명한 말이 바로 ‘유레카’이다.

그의 이론은 오늘날까지 인간의 삶에 크게 기여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처럼 기계공학, 물리학, 화학 등 모든 분야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과학이 이제는 인간을 위협할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번 인간이 만든 기계 구글의 인간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인간 이세돌 9단이 벌인 5회전 대국에서 이세돌이 4회 패배하고 겨우 한차례 승리를 거둔 것이 그것이다. 이 대국의 결과를 숨죽이고 보아온 전세계 시청자들은 이번 결과에 ‘인간패배’라며 탄식과 경악, 충격속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즉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가 머지않아 인간의 삶을 파탄시킬지도 모른다는 일종의 위기감이다.

그러나 이세돌이 한 판을 극적으로 이기자 온 세상은 “인간이 이겼다”며 경탄과 찬사의 박수를 보내며 온통 난리도 아니었다. 이세돌 자신도 그렇게 한번 이겼는데 박수를 받은 건 난생 처음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반세기전 한국에서 상영된 ‘프랑케슈타인의 역습’이란 영화가 있다. 스토리는 과학자 프랑케슈타인 박사를 주인공으로 만든 영화인데 박사는 생명을 불어넣어 인간의 가장 우수한 몸과 두뇌를 가진 한 생명체를 만드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이 인간은 점점 사악해지면서 결국 인간은 그 만들어진 인간에 의해 역습을 당하면서 갖은 고초와 함께 살해당하기까지 한다. 결국 인간이 만든 기계가 잘못 쓰여지면 이런 해악과 부작용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나마이트를 발명했다. 하지만 군사적 사용이 증가하자 유언으로 노벨상을 만들어 인간의 위대한 공적을 기념했다. 이것은 인간이 과학을 오남용했을 때 수반되는 폐해를 인식한데서 나온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괴테는 “인간이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하였다. 이번 대국에서 인간이 알파고에 패배하다시피 한 것은 인간이 기계에 입력해 놓은 것만큼 완전하게 두뇌를 발휘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가 아닐까.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인간이 알파고를 잘 통제하기만 한다면 훗날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확실한 승산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패배는 기계를 잘 만들어놓고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데서 나온 결과다. 그러므로 알파고의 기억보다 더 앞설 만큼의 인간 기능을 개선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세기의 모든 철학자와 과학자들은 “인간사에 사멸하지 않는 것은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과학만큼은 계속 발전돼 왔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하면서 사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기계를 만든 인간은 반드시 사멸한다. 이번에 한 천재 인간이 수퍼 컴퓨터에 패배했다고 해서 절망 할 일은 아니다. 인간이 만든 과학은 영원히 인간에 의해 지배되기 때문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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