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지막 기회로 삼자!‘

2016-03-07 (월) 연창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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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인사회는 아프다. 뉴욕한인회 ‘한 지붕 두 회장’ 사태에 시름시름 앓는다. 끝났나 싶더니 다시 도져서 더 심하다. 주 법원은 김민선 회장 인정 판결을 내렸다. 예상보다 강도가 꽤 셌다.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민승기 회장의 판결불복. 그리고 긴급보류 신청. 이 역시 준비된 수순, 항소법원은 한시적으로 받아들였다. 한인회 운명이 또 법정에 맡겨졌다.

긴급보류 결정은 5명의 판사들로 구성된 합의부 몫. 예상 확률은 반반. 어느 한 쪽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 여하튼, 긴급보류가 기각되면 법정싸움은 끝. 받아들이면 항소제기. 현재 민 회장측의 입장이 그렇다. 항소로 이어지면 그 끝은 아무도 모른다. 제34대 뉴욕한인회장의 2년 임기는 자신이 적법한 회장이라 주장하는 두 사람의 법정다툼으로 마무리 될 수도 있다.

법정 판결이 엇갈리면서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한 ‘의혹설, 부정설’등의 각종 ‘설’들이 쏟아져 나왔다. 개인 사생활에 대한 유언비어도 난무했다. 근거 없는 이야기들이 떠돌아 다녔다. 애써 참고 넘어가기에는 상식을 벗어난 것들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니면 말고’식의 폭로나 의혹들도 제기됐다. 뉴욕한인회 역대회장단협의회가 제기한 민 회장측 뉴욕한인회 세금보고 누락 의혹 폭로도 그 중 하나. 뉴욕한인회 회칙위원회 전 위원장이 ‘민 회장이 뉴욕한인회관을 매각 또는 리스, 개발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도 별반 다르지 않다. 결국 세금보고는 이미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고. 회관관련 소송은 기각됐다.

문제는 진실이 아니라고 판명된 이후 그들의 태도다. ‘아니면 말고’라며 아무 일 없었던 것같이 행동을 했다니 그들의 의도가 참으로 궁금하다. 물론, 뉴욕한인회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또한, 긴급보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계획된 행동은 아니었다고 믿는다. 더불어 앙갚음을 위한 몰아붙이기 사냥을 절대 아니었기를 바랄뿐이다. 왜냐하면, 그런 방식으로는 뉴욕한인회 사태를 원만하게 풀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인회 사태는 여전히 법정다툼 중이다. 한인사회도 위기의 연속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 했다.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다. 법원의 긴급보류 결정은 며칠 남았다. 그 남은 기간을 한인회 사태를 한인사회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당사자인 두 회장이 먼저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김 회장은 회장 인정 판결을 받았었더라도 기고만장해서는 안 된다. 더욱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승복을 강요하거나 호소할 일도 아니다. 그러다 보면 비난을 자제하기 힘들어 진다. 그 것보다는 상대방이 과오가 있었더라도 없던 일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물러날 수 있는 용기와 명분을 주는 길이 중요하다. 그 것이 바로 현 사태를 화합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본임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민 회장 역시 통 큰 결정을 해야 한다. 긴급보류 결정 여부와 상관없이 더 이상 법
정다툼은 안 된다. 그만 멈추어야 한다. 지면 패가망신이고 이기면 상처뿐인 영광이 아니겠는가. 물론 다소 억울할 수도 있다. 하고 싶던 일을 다 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을 게다. 그렇지만 이제는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그 것만이 한인회 사태 당사자로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만큼은 한인 모두가 중재자로 나서야겠다. 두 회장의 대화자리 마련에 관심과 성의를 다하며 그들을 보호하고 지켜줘야 한다. 지금은 한인회 사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한인들이 방관하면 한인사회는 망친다. 한인들의 무의는 무능이고, 외면은 직무유기다. 지금이야말로 화해와 양보의 기운이 형성되는 한인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다.

<연창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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