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의 사회 경제적 유목민

2016-03-05 (토) 황병남(전직 대학 카운슬러/ 메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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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법 이민자’란 단어가 늘 거북하게 들렸다. 왜냐하면 주위에서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체재기한이 지나기 전에 신분변경을 미처 못해 불법으로 되는 경우를 보아 왔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이 각기 불법 이민을 어떻게 처리 할 것인지가 그들의 당락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되어있다. 이민 역사와 형태, 현황을 떠나서 ‘불법 이민자’의 개념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얼마전 공화당 대선후보중 한 후보가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을 살인으로 부터 마약 등 모든 사회 비행을 저지르는 죄인집단으로 연설을 했는데, 어떤 미국 국민들이 공감하는 듯하며 그를 따르는 경향이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이 근처 미국 친구가 집수리를 했는데, 저희 집에 일한 일군들중에 불법이민자도 있었다고 놀란 표정으로 말을 해서, 그들이 어떻더냐고 물었더니 모두 착해 보였다며 의외라는 눈치였다. 즉 범죄자 같이 보이지 않았다는 얘기다.

멕시코에서는 좀 더 살기 좋은 기회를 위해서 국경을 비밀히 건너오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에, 그 외의 나라에서 오는 대부분 해외 방문자들은 여러 종류의 비자로 일단 방문(이민) 서류를 갖추어 방문을 했으나, 상황이 바뀌거나 마음이 변해서 출국 기한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신분변경 인가 없이 미국에 계속 살고 있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국경을 몰래 넘어오는 일은 옳지 못하며, 방문기한을 무시하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그들은 불안하고 최저 임금으로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걸로 안다. 이렇게 좀 더 나은 기회를 위해서, 또한 체재 기한이 지나서 남아 있는 사람들이 과연 살인, 폭력배 등의 ‘범죄자’라고 일컬어야 할까?


흔히 이런 불법이민자들이 내국민들의 직장을 차지하고, 나라에 경제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설도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들이 일하는 직장은 대개 내국민들이 하기를 꺼려하는 노동이면서, 동시에 꼭 필요한 노동력이기 때문에 그들은 국내 경제를 돕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들은 하나같이 하루 속히 법적 지위를 취득하여 불안한 생활에서 벗어나기를 학수고대 한다. 그 위에 이들은 대개 젊은층이므로 긴 노동 연한으로 나라에서 거두어들일 근로 세금은 어마어마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편견은 불법이민자들은 교육수준도 낮고 무지하다고 생각하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모두가 그렇지도 않다. 따라서 숨어서 사는 이런 이민자들은 목소리마저 없는데, 이들을 도우는 대신 협박을 하고 체계적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 자격이 있을까? 이들은 세계 사회의 경제, 정치적 구조의 결함에서 오는 희생자라고 할 수 있다. 어떤 과정으로 불법 이민자가 되었던 이미 국내에 있는 이들을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해결함과 동시에 모든 일이 그러하듯이 앞으로는 국경을 더 잘 단속하고, 비자 방문자 추적 체계를 강화하여 예방 차원에서 해결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황병남(전직 대학 카운슬러/ 메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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