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의 입자와 중력파

2016-03-05 (토) 김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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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칼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이후 과학은 신(神)이 무색할 정도로 발달해 왔다. 신의 입자라고도 불리는 힉스입자(higgs boson)는 영국의 물리학자 피터 힉스가 예상한지 48년만인 2012년 7월4일 유럽핵입자물리학연구소(CERN)에 의해 99.999994%의 확률로 발견됐고 CERN은 이듬해인 2013년 3월14일 공식적으로 이를 발표했다.
힉스입자란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이 제시하는 기본입자로 현대물리학이 우주를 설명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우주론 자체가 실제와 같은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입자다. 1964년 피터힉스가 입자에 질량이 부여되는 과정에 대한 가설을 발표한지 반세기만에 CERN이 이를 입증한 놀라운 결과다.
이로 보건데, 이젠 인간이 신을 증명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아니, 이대로 가다간 인간이 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우주를 통치할 날도 오지 않을까 우려된다. 온 세상이 한 가지 말을 쓰고 있던 시기가 있었다. 인간은 바벨탑을 하늘 꼭대기까지 쌓았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름을 온 세상에 날려 흩어지지 않게 하자고 했다.
신이 이를 보고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인간들이 한 종족에, 한 가지 말을 쓰니 안 되겠구나싶어 신이 땅에 내려와 인간들이 쓰는 말을 뒤 썩어 놓아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했고 인간들 역시도 여러 종족으로 흩어지게 했다. 이 도시를 일컬어 바벨이라 하고 바벨탑에 얽힌 이 이야기는 인간 욕심의 끝없음에 비유해 회자되곤 한다.
1915년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중력파(重力波:graivitational wave)의 존재를 예측했다. 중력파는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휘게 한다. 100년이 지난 2016년 2월11일 14개국 1,000여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라이고과학협력단(LSC)은 2개의 블랙홀이 합쳐지면서 충돌직전 발생한 중력파를 포착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지금으로부터 13억 년 전 태양의 36배와 29배가 되는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했다. 이때 발생한 중력파는 우주에 퍼졌고 지난해 9월14일 지구를 스쳐 지나갔다. 이 순간을 중력파관측소인 라이고(LIGO)가 포착했고 라이고협력단은 수개월에 거쳐 이를 분석했다. 결과는 우주먼지가 아닌 실재의 중력파임을 확증하고 발표한 것이다.
중력파란 움직이는 물체인 질량에 의하여 시간과 공간의 뒤틀림에 발생한 요동이 빛의 속도인 광속으로 진행하는 파동을 뜻한다. 빛이 파동이냐 입자냐, 하는 질문에 양자역학에선 파동과 입자를 동시에 가진 파동입자이중성(파동입자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으로 본다. 이후 모든 물질역시 입자와 파동을 동시에 가진 것으로 본다.
3월은 아인슈타인의 달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생일인 3월14일을 전후해 그가 살았던 뉴저지 프린스턴 주민들은 이 날을 Pi Day라 부르며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벌인다. 유태계 독일태생의 아인슈타인은 유럽에서 교수생활을 하다 1933년 미국방문 중 독일에서 히틀러가 장악한 것을 알고 미국으로 망명했고 1940년 미국시민이 된다.
이후 뉴저지 프린스턴고등연구소에서 교수로 지내다 1955년 4월18일 76세에 세상을 떠났다. 1921년 광전효과에 대한 공로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적 공로는 지대하다. 그를 세기의 천재로 평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는 “나는 똑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더 오래 고민할 뿐”이라며 겸손해 했다.
우주를 포함하여, 아직까지 생명체의 존재여부는 지구촌 외에는 밝혀진 바가 없다. 그 중에서도 유일무이한 인간이란 존재. 인간은 우주의 신비를 하나하나 밝혀 나가면서, 그 끝은 어디가 될지가 궁금해진다. 신의 입자, 중력파까지도 알아낸 인간. 과연 인간이 신의 존재까지도 밝혀낼 수 있을까. 아님, 바벨탑처럼 무너져 버릴까.

<김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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