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세돌과 알파고

2016-03-04 (금)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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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저명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는 일찍이 제3의 물결로 정보혁명을 예고했다. 토플러는 농경시대인 제1의 물결, 산업화시대인 제2의 물결을 넘어 제3의 물결에서는 지식 정보시대를 맞을 것이라 예고했고 이는 지금 현실이 되었다.

그렇다면 미래학자들이 앞으로 또 예측하게 될 제4의 물결은 어떤 세상일까? 필시 ‘인공지능의 혁명’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최근 훗날 인공지능 혁명의 효시가 될지도 모르는 한 이벤트가 연일 매스컴을 오르내리며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바로 구글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벤트다.


구글이 개발한 알파고는 쉽게 말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바둑대전 프로그램의 이름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컴퓨터 게임처럼 여겨지는 알파고가 혁명을 논할 정도로 평가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바둑’이라는 종목의 특성 때문이다.

반상 위에 19개의 선들이 교차하는 바둑은 우주 전체의 원자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계산만으로 인간을 꺾기 힘든 영역으로 평가돼왔다.

그런데 이 알파고가 최근 중국의 프로 바둑기사를 5대0으로 꺾은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경이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더구나 이번엔 세계 최강으로 인정받는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최근 인공지능의 급성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교함과 지구력, 복종성에 있어서 ‘기계’에 절대적인 열세를 느끼고 있는 인간이 불가침 영역이라 여기던 ‘지능’에서도 우위를 뺏기면 그야말로 감정만이 존재하는 열악한 존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이 불안감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이세돌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아니 알파고 따위는 5대0으로 이길 수 있다며 자신만만이다. 그간 이세돌의 인터뷰들을 종합해 보면 알파고의 계산은 우리의 ‘인간미’를 넘어설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승부에 자신이 있다라는 것처럼 해석된다.

순간적 판단, 승부욕, 집념, 모험, 희망, 사랑, 희생과 같은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이 오묘한 맛이 바로 승부를 결정짓는 핵심이며 이것은 알파고가 도저히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알량한 믿음이다. 알파고와 이세돌간 대결에 대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설령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더라도 아직 기계나 컴퓨터는 당분간 사람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우리가 따뜻한 인간미를 안고 사는 한…

<천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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