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화삼분’

2016-03-02 (수) 여주영(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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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북한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2년전 한국 첫 방문길에 서울공대에서 한 강연 중 일부다. 시 주석은 이날 연설에서 “한국과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도우며 살아왔다.

중국은 한국과 최대의 무역동반자, 전략적 협력관계로서 지속 발전해오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과 동거동락하며 세계 평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나라가 되겠다. 그리고 충분한 인내심을 가지고 남북관계가 개선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시주석의 이날 연설은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이미 엄청나게 변화돼 있고 양국이 신뢰속에 굳건한 동맹관계임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만큼 한국이 중국의 발전에 필요한 나라라는 것을 입증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을 다녀온 한 한국 외교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미 중국에는 한국을 선호하는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한국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방영하고 나서 중국사회에 부는 한국 선호바람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 그 드라마에 나온 맥 치킨 가게를 한국인이 냈는데 중국인들이 그걸 사기 위해 새벽 3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난리들이라는 것. 또 한국 어린이와 부모가 한국말을 하면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겠다고 여기저기서 모여들고 어떤 일본 상사는 직원에게 더듬거려도 좋으니 한국말을 배워 하라고 지시할 정도라고 한다.


한마디로 이 외교관은 “북중관계는 변함없이 나쁘고 한중 관계는 변함없이 좋다.”고 하였다. 이 말은 최근 시주석의 특사로 북한에 갔다가 5년 만에 한국을 찾은 중국의 외교부 부부장 우다웨이가 한 말에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중국은 한반도를 전쟁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 즉 북한의 핵개발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제 북한은 중국을 더 이상 의존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이제 세계 제2강국으로서 예전처럼 국제사회 시선속에 핵도발을 하고 있는 북한을 계속 지원할 수 없는 입장이다. 유엔은 유례없이 강경한 대북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중국도 적극적인 동참의 뜻을 밝혔다. 이에 북한은 전 인민을 결속시키면서 오는 5월 당대회를 앞두고 속도전을 강조하며 ‘70일 전투’라는 이름하에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요구하고 있다.

유엔은 이번 결의안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위한 돈줄 차단 목적의 외화벌이, 기술, 자금동결로 북한을 고립시키고 핵개발을 포기하게 만드는 강경수를 택했다. 이제 남은 것은 중국의 적극적인 결의안에 대한 실행의지다. 그리고 중국의 이 의지를 굳히기 위한 한국의 특별한 외교전이다.

중국인의 협상술 중에 ‘주화삼분(酒(덧말:주)和(덧말:화)三(덧말:삼)分(덧말:분))’이란 것이 있다. 즉 자기가 말한 3분과 상대가 말한 3분간의 이야기 이면에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상대를 탐색한다는 것이다. 이런 전략으로 중국은 국제외교의 장에서도 중개역할자로서 그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 중국은 이번 대북한 제제에서도 이를 십분 활용해 이번에야 말로 북한이 핵을 반드시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시주석은 지난 한국방문에서 “꽃 한 송이 핀다고 해서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고 하였다. 한국은 이 말을 곱씹어 봐야 한다. 중국과의 지속적인 외교노력이 북한의 핵문제를 속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인의 속성은 그들 자신의 이익과 계약을 맺는다는 점을 한국은 이번에 다시 한 번 되새겨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중국 외교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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