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福)

2016-02-27 (토) 윤혜영 (병원근무/티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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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복’이 있다. 타고난 복, 복스러운 얼굴의 복, 복 받겠다는 복, 복스럽게 먹는 복까지 복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성경말씀에도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란 구절이 있는 것을 보면 복은 우리들의 생활속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힘으로 할 수 없는 것은 복을 타고나는 것이다.

나는 어렸을 때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복 때문에 할머니께 야단을 많이 맞았다. 그것은 식사 때마다 내 밥 먹는 습관이 복 나가게시리 끼적거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복은 밥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는 관계이다.

나는 그 복 나가는 것이 무서웠던지, 할머니께 야단맞는 것이 싫었던지 밥을 푹푹 퍼 먹느라 어린 마음에 신경을 많이 썼다. 또 할머니는 먹다가 남기면 그 남긴 밥에 복이 나간다고 남기지도 못하게 하셨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아이에게 좋은 습관을 들여 잘 먹이게 하고 싶어서 그러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던지 나는 밥 한 올 남기지 않고 재빨리 푹푹 퍼먹는 것이 평생 습관이 되었다.

이 습관은 점잖게 몇 숟갈 조금 떠서 오물거리다가 반 이상 남긴 채 옆으로 밀어놓고 입가를 살짝 닦는 모습이 품위를 인정받는 요즘 식탁 매너로 보면 상스럽기 짝이 없다.
둥글 넙적한 수저에 밥을 가득히 담아 입을 크게 벌리고 집어넣은 후(숟가락에 이빨이 닿아서 소리가 나면 안 된다), 씩씩하게 꼭꼭 씹어서 먹어야 복스럽게 먹는다고 칭찬을 받았다.

할머니에게서 받은 밥 먹는 교육의 영향은 지대하여 나는 지금도 할머니의 표현대로 복스럽게 밥을 먹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아직도 끼적이고(?)있는 동안 이미 끝내고 디저트 챙길 궁리를 한다.

그래서 나는 복이 나갈까봐 걱정하지도, 복을 달라고 징징 거리지도 않는다. 보글, 보글, 보글로 들리는 복을 달라는 복음 성가가 있는데 이미 복은 내 것인데 왜 그런 복음 성가를 만들었는지 나는 이해가 잘 안되기도 한다. 복, 그것은 이미 내 것이다. 허나 미국 국가의 첫 구절이 갓 브레스 아메리카(주여, 미국을 축복 하소서)인 것을 보면 어쨌든 복은 계속 구해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타고난 복, 복스럽게 생긴 등에 해당이 되지 않더라도 할머니 덕에 복스럽게 먹는 복에 해당이 되기 때문에 지금 이날까지 제대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본다.
그것보다도 성경말씀에 하나님은 복의 근원이라고 씌어 있다. 그 하나님은 내 안에 있기 때문에 나는 복 가운데 살고 있다는 믿음이 있다.

<윤혜영 (병원근무/티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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