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수 목사/ 행복연구원 길라 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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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은 丙申年(한글발음생략) 원숭이 해다. 내가 원숭히 해(1944)에 태어났기에 자연 원숭이에 대해 관심도 많고, 띠 동갑을 만나면 괜히 반갑고, 성격이나 삶의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점을 발견할 때면 그러면 그렇지 ‘역시 띠는 못속여’ 하며 특징이나 유사점에 놀라기도 한다.
원숭이는 짐승가운데 생긴것이나 하는 짓이 사람과 가장 가깝다. 원숭이는 재주를 잘 부리고 모방을 잘하며 무리와 잘 어울리는 등, 사람과 유사한 점이 많으나 결정적인 것은 인간과 같은 언어를 구사할 수 없는 두뇌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기들끼리 신호로 의사소통을 할 뿐이다.
원숭이와 관련된 기막힌 우연의 일치는, 산호세 한인 크리스찬교회와 관련된 세 목사들이 다 원숭이 띠라는 사실이다. 교회 주춧돌을 놓은 C목사님이 1932년생 원숭이 띠이시고, 내 후임으로 있는 O목사님이 1956년생 원숭이 띠이다. 나이는 다르나 같은 원숭이 띠인 세 목사들의 행적을 돌이켜보면 유사성과 다른점, 은사의 다양성, 공적의 크고 작음을 생각하며, 서로에게서 배울것을 배워 나머지 생애 몇 번더 원숭이 해를 맞을지 모르나 그때더 성숙한 원숭이 띠 목회자가 되었으면 한다.
우선 저의 대선배요 스승님이시기도 한 C목사님은 한국 그리스도교단(크리스찬교회)에서 가장 큰 일들을 시작하시고 이루신 아버지 같은 분이시다. 일찍이 1950년대 도미 유학하셔 산호세크리스찬칼리지를 졸업하시고 다른 몇곳에서 학위를 마치시고 미국 크리스찬교단 선교사로 파송받아 한국에 돌아오셔 선교사로 여러 가지 사업을 펼치셔 지금까지도 그 사역을 계속하신다. 한국에 대한기독교신학교(지금 서울기독교대학), 시온 어린이집을 시작하시고 방송,출판사역등 혼자서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나 벅찬 일들을 다 해내셨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일 년에 몇 번씩 미국을 오가며 일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해내신, 나에게는 슈퍼맨 같이 보이는 분이셨다. 약한 체질에 비실비실 겨우 주어진 일이나 하던 나는 내가 과연 C목사님 나이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 이였다.
한 가지 그분의 특출한 재주(아니 은사)는 영어설교와 편지쓰기(선교편지) 등은 미국인들도 크게 감동받을 만큼 대단한 것이어서 나는 그 글들을 읽을때 마다 오히려 소설가로 나서셨더라면 유명한 영어작가가 되지 않으셨을까 생각하곤 한다. 가운데 있는 나는 사실 C목사님과의 만남과 그분의 지도편달로 지금의 내가 된 셈이다. 1960년대 중반, 연세대학 신과대학에서 자유주의 신학에 회의를 느끼며 방황하던 나는, C목사님의 “환원운동(성서로 돌아가자는 크리스찬교회 운동)” 방송설교에 큰 감동을 받고 그때 막 시작된 대한기독교신학교로 전학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크리스찬교회 목사로 한길을 걸어오고 있다.
1970년대 해외선교의 꿈을 가지고 남호주신학대학(그당시 선교사 3년 훈련과정)으로 가서 졸업 후 호주원주민 선교(Aboriginal Evangelical Fellowship)를 시작, 1987년 산호세크리스찬칼리지로, C목사님의 주선으로 교수로 청빙되어올때까지 호주 원주민들과 하나되어 열심히 선교했었다. 산호세에서C목사님이 주춧돌을 놓으신산호세한인크리스찬교회를 담임하며 가르치는 일과 목회를 동시에 행하는 텐트메이킹미니스트리를 계속하며 늦게 버클리에서 학위공부도 끝내었다.
그때 학급 동료들이 나에게 준 별명을 다섯 개 모자를 쓴 수퍼학생이었다. 풀타임공부, 가르침, 교회목회, 아버지, 남편의 다섯직책을 동시에 감당하는, 그야말로 원숭이 재주 부리듯 여러 가지 일에 균형을 맞추느라 무척 애썼다. 지금 생각하면 줄에서 떨어지지 않고 감당해낸 것은 실로 하나님의 은혜였다. 세 번째 O목사님의 경우는 내가 오클랜드에서 교회를 개척할 때 전도사로 있다가, 카리스마틱 은사를 강조하는 모 교단에서 안수를 받고 내 뒤를 이어 단독목회를 하고 있다. 그는 원래 붓글씨와 동양화에 수준급 예능을 가졌었고 지금은 역시 컨스트럭션 일을 하며, 작은 교회를 섬겨나가고 있다. 앞으로 10여년 넘게 은사를 더욱 개박해서 훌륭한 목회를 해 나갈 것으로 보여진다.
원숭이들은 항상 노는 것 같지만 하루 6시간은 생존을 위해 열심히 일하듯 세 원숭이띠 목사들도 나름대로 열심히 다양한 목회를 해가고 있는 셈이다. 물론 주어진 은사가 달라, 다른 면으로 하나님의 사역을 감당한 차이점이 있다. 사도 바울은 모든 목회의 다양성을 은사의 차이점, 그리고 한 성령님의 역사로 보았다. “어떤이 에게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지혜의 말씀을... 지식의 말씀을... 믿음을...병고치는 은사를...능력 행함을... 영들 분별함을.. 등등” (고전12:8-10). 그리고 결론을 이렇게 맺는다. “ 이 모든 일은 같은 한 성령이 행하사 그 뜻대로 각 사람에게 나눠 주시느니라” (고전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