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천국 같은 공동체’ 25년… 젊은 층이 응답했다

2016-01-28 (목)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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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교회 소그룹부터 하나님나라 모델돼야” 김바울 목사 섬김의 목회에 ‘평균 연령 40대’

▶ “일류대학 가는 것보다 학생들 제자교육 중요” 해외선교 강조… 어린이 교육관 새로 마련

‘천국 같은 공동체’ 25년… 젊은 층이 응답했다

김바울 담임목사는 고통스러웠던 경험이 남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폭을 넓혀줬다고 말했다.

‘천국 같은 공동체’ 25년… 젊은 층이 응답했다

비즈니스 단지 안에 자리 잡았지만 놀라운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 송구영신 예배 모습.

‘천국 같은 공동체’ 25년… 젊은 층이 응답했다

교인 가운데 젊은 가정이 크게 증가하면서 최근 어린이 교육관을 따로 마련했다.



인간은 소망하고 노력하지만 흥망성쇠는 하나님의 손에 달렸다. 한때 유명세를 떨치던 교회가 빛을 잃고 사그라지는가 하면, 이전에는 황무하던 땅에 수많은 사람이 몰리기도 한다. 진정한 순종의 자세를 회복할 때 비로소 부흥의 날개가 퍼덕이기 시작한다. 조직이나 개인의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토렌스 조은교회는 특이하게도 비즈니스 단지 한가운데 자리를 잡고 있다. 주변 건물은 온통 기업의 간판을 내걸고 있다. 이곳에서 토렌스 조은교회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재 출석교인은 1,200명 정도다. 이 중에서 절반 정도가 교육부와 청년, EM 소속이다. 장년부라야 성도의 평균 연령층이 40대 초반이다. 한마디로 젊은 교회다. 교회마다 노화현상에 빠져 아우성인 판에 보기 드문 모습이다.


새로운 교회라서 젊은 교인들이 몰리는 게 아니다. 조은교회는 지난 24일 창립 25주년 기념예배를 드렸다. 이날 예배는 어린이 교육관 입당 감사예배를 겸했다.

유아부터 5학년에 이르기까지 어린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교회 옆에 따로 마련했다. 젊은 부부가 지속적으로 교회를 찾으면서 어린 연령층을 위한 교육시설의 증강이 시급했기 때문이다. 김바울 담임목사는 지난 1991년 조은교회를 개척했다. 김 목사는 어린 자녀를 키우는 교인이 많다보니 웬만한 카시트나 옷, 신발 등은 서로 자체 조달이 이뤄질 정도라며 웃었다.

“교육여건을 갖춘 교회로 사람들이 몰리는 세태이고, 주변 학군이 좋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죠. 하나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구태여 원인을 찾으라면 저의 설교가 철이 없어서 그럴까요? 별로 눈치 안 보고 때론 거칠게 던지는 설교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면도 있겠죠. 어쩌겠어요. 생긴 대로 하는 거지요.”

토렌스 조은교회는 교육파트에 9명의 교역자를 투입하고 있다. 현재 청빙 중인 EM 대학부까지 합치면 앞으로 10명이 된다. 방학 때는 중학생부터 50명 정도가 ‘파워 플랜트’라는 국내 선교에 참여해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복음을 전한다.

또 고등학생 이상은 해외선교에 참여한다. 올해도 터키의 시리아 난민촌과 카자흐스탄, 베트남으로 떠나 성경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다. 청년 성도 몇몇은 아예 베트남 하노이에 1년간 머물며 영어캠프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할 예정이다. 청년 부흥의 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평온한 교회의 겉모습 안에는 요동치는 전투력이 숨어 있다.

“전에는 일류대학 가서 좋은 일자리 잡는 게 목표였지요. 그러나 대학에 가면 교회를 떠나는 마당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제자화에 애써야 합니다. 그때까지 ‘본 어게인’ 한 크리스천이 되도록 교회와 부모가 손을 잡고 노력해야죠. 잘 먹고, 잘 산다고 전부가 아니잖아요. 공부, 공부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요. 자녀가 진짜 행복한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은교회는 다음달 19일 ‘유스 커리어 나이트’(Youth Career Night)를 개최한다. 개척 당시부터 꾸준히 열어 오는 행사다. 올해도 전문직에 종사하는 20명의 성도가 나와 자신의 직업과 보람을 설명할 계획이다.


의사나 변호사뿐만 아니라 건축설계사, 약사, 교수, 엔지니어, 검사, 간호사 등 다양한 직종을 소개하고 향후 진로와 전공 결정에 조언을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각자의 일터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현하는 길을 보여주며 청소년들을 격려하는 자리다.

김바울 목사는 유학생 시절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서울대를 나와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를 받은 그가 출세의 길 대신 목회로 돌아 선 이유는 교회 때문이었다.

김 목사는 가정과 교회 소그룹부터 하나님 나라의 모델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인생의 길을 정리한 전환점이 바로 ‘천국 같은 교회’였기 때문이다.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사공부 중이었는데 교회가 천국 같았어요. 당시 30명이던 교인 중에서 나중에 11명이 목회자가 됐어요. 대단한 교회였죠. ‘이런 천국 같은 공동체라면 다른 일은 못하겠다. 목사 해야지.’ 그렇게 결심했죠.”

하지만 주변의 반대가 극심했다. 조카도 “기껏 경영학 박사까지 따고 목사나 하는 건 국가적 낭비”라고 항의했다.

교회 개척 후 10년 동안은 부흥은커녕 고난의 연속이었다. 심지어 “교수나 하지 뭐 하러 목사하느냐”고 조소하는 교인도 있었다. 꿈을 접고 고향으로 귀국하자마자 예레미야서 15장19절을 읽게 됐다. 그리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교회로 돌아왔다. 이후 15년 동안 조은교회는 부흥의 길을 걸어 왔다.

“달라진 건 없었어요. 설교도 예전과 그대로고 교회도 똑 같았죠. 저의 성품이 갑자기 확 달라진 것도 아니고요. 다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 탓하지 마라. 하나님이 부르신 건 바로 나다.’ 섬기는 태도가 변했다고나 할까요. 그게 전부였지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그리고 부끄러운 목사인데 성도에게 감사할 뿐이죠.”

김 목사는 좋은 집, 일류대도 좋지만 그리스도인이라면 멈추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나머지 절반의 축복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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