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 조선’은 지난 1년간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된 새 단어 중 하나다. 자신들이 태어나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옥과 같다 해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고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유치원 때부터 명문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하고 이런 경쟁은 대학 들어갈 때까지 계속된다.
대학에 들어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학 입시보다 힘들다는 취업 경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각종 자격증에, 해외 연수에, 외국어 시험공부에 진을 빼야하고 가난한 집 출신은 학비 마련을위해 최저 임금을 받으며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한다.
일단 취직이 된 후에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아침부터 밤까지 격무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에는 40~50대에나 해당되는 명퇴 연령이 이제는 20~30대까지 내려왔다. 그 고생을 하고도 언제 잘릴지 모르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이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부터 꿈과 희망까지 삶의 모두를 포기한 7포 세대, ‘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인 ‘이생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 이해가 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5세 사이 젊은이중 41%가 스스로를 ‘이생망’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64%는 그 원인을 자기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사는 것이 쉬웠던 세대는 없었다. 2007년 이명박이 530만 표라는 사상 최대 표차로 노무현의 후계자인 정동영에 압승을 거둔 것도 노무현의 실정에 지친 국민들이 경제만은 살려달라는 염원을 그에게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은 집권 5년 내내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저성장과 청년 고실업에 시달렸다.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김영삼정부 말기나 이를 가까스로 극복해낸김대중 정부 때도 경제는 좋지 않았고70년대 한국 경제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로 휘청거렸다. 60년대는 많은 국민이 보릿고개를 걱정할 정도로 사정이 나빴고 6.25 직후인 50년대는 말할것도 없다.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일제 강점기 동안은 식민 통치와 일제의수탈에, 18, 19세기에는 탐관오리의 학정에 시달려야 했다. 16, 17세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13, 14, 15세기는몽골의 침략과 왜구, 여진족의 노략질로 고생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어렵게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반도에 존재하는 진짜 헬 조선 주민들의 삶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휴전선 바로 위에있는 ‘헬 조선 인민민주주의 공화국’ 주민들 말이다. YTV를 통해 LA에서도 볼 수 있는 한국의 탈북자 프로그램인 ‘이제 만나러 갑니다’를 보면 북한 주민들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고있는지 생생히 알 수 있다.
최근 이 프로에 출연한 한 북한군출신 여성은 “ 제대한 후 먹을 것이 없어 속옷까지 모두 장바닥 상인에게 벗어주고 허기를 면했다”며 “한국에 넘어와 식당 설거지 일로 새 삶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역시 이 프로에 출연한 총리 사위 출신 고위 탈북자는 “통행증 없이이웃 마을도 갈 수 없는 북한 사람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은 여권이지만 이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전체의1%뿐”이라며 누구나 여권을 가질 수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고있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세 가지 유리한 점을 가지고 태어났다.
첫째는 집안이 가난해 열심히 일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많은 돈을벌었다. 둘째는 학교를 다니지 못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열심히 공부했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됐다. 셋째는 몸이 약해 부지런히 운동을 해야 했고그 결과 몸도 건강해졌다”고 말했다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객관적 현실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훨씬 중요하다. 고통스런 삶을 사는 한국의 젊은이들이 자신이 놓인 처지에 절망하지 말고 일제와 6.25등 지금보다 더큰 시련을 겪은 부모 세대를 생각하면서 새롭게 일어서는 새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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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