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라고 가르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콜럼버스가 발견한 것은 카리브해 섬이었을뿐 아니라 그 섬에는 이미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은 최소 1만4천년전 지금의 베링 해협을 건너 미주에 정착한 이들의 후손이었다.
컬럼버스는 미 대륙을 처음 발견한 유럽인도 아니다. 지금부터 1천년 이미 노르웨이계인 레이프 에릭슨이 지금의 캐나다에 정착해 이를 ‘빈란드’라고 불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의 아버지 에릭은 아이슬랜드에서 추방돼 방황하다 유럽과 아메리카 사이에 있는 큰 섬 하나를 발견한다. 그는 얼음으로 뒤덮인 이 섬에 정착할 이민자 모집을 위해 이를 ‘초록 섬’이란 뜻의 ‘그린랜드’라고 부른다. 유럽 역사에서 그린랜드는 이렇게 등장한다.
북미 대륙에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1607년 버지니아에 제임스타운이 세워지면서부터다. 미 독립 후에도 동부 해안가에 몰려 있던 미국이 내륙으로 도약하기 시작한 것은 1803년 제퍼슨이 나폴레옹으로부터 1천500만 달러에 루이지애나 일대의 땅을 사들이면서부터다.
두번째 팽창은 1845년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서였다. 미 이주자들이 지금 텍사스 지역에 몰려들며 멕시코로부터의 독립을 선언, ‘텍사스 공화국’을 세우자 미국은 이를 합병해 주로 만들고 멕시코와 전쟁을 일으켜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는 멕시코 북부 지역 절반을 차지했다.
1867년에는 러시아로부터 720만 달러에 알래스카를 사들이고 1893년에는 쿠데타를 일으켜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이 지배하던 하와이 왕국을 전복시킨 후 5년 뒤인 1898년 알래스카와 함께 주로 합병시켜 버렸다. 같은 해 스페인과 전쟁을 일으켜 푸에르토 리코와 괌, 필리핀을 차지했으나 필리핀은 제2차 대전 후 독립시켜 준다.
그리고 제2차 대전 후 지금까지 무력으로 다른 나라의 영토를 차지하는 일은 미국에서는 금기 사항이었다. 무력으로 남의 영토를 빼앗으려던 일본과 독일에 맞서 싸운 미국이 똑 같은 짓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도널드가 그린랜드 매입 의사를 밝히면서 필요시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도널드는 이곳이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미국을 지키는데 필요하다며 반드시 차지하겠다는 결의를 불태우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 개입에 대비해 그린랜드에 소수의 병력을 파병하자 도널드는 이들 국가에 2월 1일부터 10%, 6월 1일부터는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며 이는 그린랜드 합병이 완수될 때까지 지속된다고 밝혔다. 이번에 보복 관세 대상으로 지목된 나라는 영국, 프랑스 외에도 노르웨이, 스웨덴, 독일, 네덜란드, 핀랜드등을 포함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미국 안보를 위해 그린랜드 병합이 필요하다는 도널드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을 보유하고 있는 덴마크는 미국의 충실한 우방으로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의 요청이 있는 곳에 병력을 보내는 것은 물론이고 그린랜드에 미 군사 기지를 설치하는 일에 적극 협조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미국의 요구가 있으면 얼마든지 더 수용할 의사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도널드가 이곳을 간절히 원하는 것은 군사적 잇점 이외에도 이곳에 묻혀 있는 희토류 자원과 무엇보다 미국 영토를 1848년 멕시코 전쟁 이후 최대로 늘렸다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싶기 때문이란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그린랜드의 면적은 83만 평방 마일로 66만 평방 마일인 알래스카보다 20% 이상 넓다.
도널드의 고집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와 그린랜드는 물론 미국인들도 그린랜드 병합을 원하지 않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린랜드 거주자의 85%와 덴마크인의 78%가 이곳을 팔 의사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유가브 조사 결과도 그린랜드 매수를 지지하는 미국인은 24%,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차지해야 한다는 사람은 7%에 불과했다. 심지어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과반수가 무력 사용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여론을 반영하듯 도널드의 충실한 지지자인 마이크 존슨 연방 하원의장마저 의회는 그린랜드의 무력 합병을 명백히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고 존 툰 연방 상원 다수당 원내 총무도 군사 행동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고 밝혔다.
만에 하나 도널드가 나토 동맹국인 덴마크를 상대로 무력을 사용할 경우 나토는 그날로 종말을 맞는다고 봐야 한다. 동맹국이 동맹국을 공격하는 동맹은 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1949년 창립된 이후 유럽과 세계 평화 유지에 긴요한 역할을 한 나토가 무너질 경우 제일 먼저 쾌재를 부를 나라는 러시아와 중국이다. 미국이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동맹국을 때리는 판에 우크라이나를 먹기 위해 전쟁을 하는 러시아나 대만을 침공하는 중국을 비난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세상이 점차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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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