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렌트 내고나면 생활은 어찌하나…

2015-12-28 (월)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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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구소득의 30%를 임대료로 지불하는 세입자 50% 넘어서

▶ 2001-2014년 비교 임대료 7% 오를 때 소득은 되레 9% 줄어

주택 임대료 부담에 허덕이는 세입자수가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주택 임대료가 가구 소득의 30%를 넘으면 가계 재정 부담으로 여겨지는데 이 비율을 초과한 임대료를 내고 있는 세입자수가 13년째 전체 세입자의 절반을 넘고 있다. 최근 아파트 건축 붐이 일면서 임대 주택 공급난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치솟는 임대료를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임대료 부담이 조만간 개선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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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 주택공동연구센터가 지난 9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입자 약 2,100만 가구가 가계 재정 부담선인 30%가 넘는 임대료를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세입자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로 2010년 이후 거의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2001년만 해도 임대료가 소득의 30%가 넘는 세입자 수는 약 1,500만 가구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2011년 전체 세입자의 절반을 넘기도 했다.

현재 주택 임대 시장에서 더욱 우려되는 현상은 임대료와 가구 소득 간 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2001년과 2014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주택 임대료는 약 7% 올랐지만 같은 기간 세입자 가구 소득은 반대로 9%나 줄었다. 임대료는 오르는데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임대료 부담이 더욱 치솟는 현상이 발생, 세입자들의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 아파트 건축이 30년래 가장 활발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갑작스럽게 불어난 임대 주택 수요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올해 중순만 하더라도 임대 주택 거주자 수는 무려 약 4,300만명을 넘어섰다. 10년 전인 2005년보다 무려 약 900만명이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임대 주택은 약 820만채 공급됐고 대부분 단독 주택에서 임대 주택으로 전환된 공급으로 폭발적인 임대 수요 해갈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크리스 허버트 연구 센터 디렉터는 월스트릿 저널에 “임대 주택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반가운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임대 수요가 믿기 힘들 정도로 크게 늘어나 심각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지속 중”이라고 진단했다. 임대 주택 수요자들이 대부분 저소득층이지만 신규 공급 임대 주택 물량은 고소득층 겨냥한 공급 물량인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간 임대료(건물주 제시)는 약 1,372달러를 넘어서며 2012년 대비 약 25% 상승했다.

아파트 개발 업계에서는 치솟는 땅값을 고급 아파트 공급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개발부지 가격이 오르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서 고소득 세입자를 겨냥한 물량을 공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소득 세입자를 대상으로 높은 임대료를 받아야만 개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치솟는 임대료 부담을 호소하는 세입자가 늘고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고가 임대료 주택이 불티나게 임대되는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가 임대료 주택이 시장에 나오는 즉시 주로 30대 전문직 종사자나 은퇴 후 다운사이즈에 나서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에게 임대되고 있다. 연간 소득 10만달러가 넘는 고소득 세입자는 지난 10년간 약 160만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전체 세입자 중 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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