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시아만 오면 약해지는 스타워즈 ‘포스’…중국시장 뚫을까

2015-12-2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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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베트남 등서 고전…’스타워즈 향수’ 없고 현실 배경 선호

▶ 역대 최고 기록 관건은 중국

아시아만 오면 약해지는 스타워즈 ‘포스’…중국시장 뚫을까

스타워즈 신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한장면 (AP)

10년 만에 나온 스타워즈 신작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이하 깨어난 포스)가 각국 박스오피스 1위를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초반부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첫 주말 전세계 매표실적, 성탄절 연휴 북미실적 등에서 연달아 기록을 갈아치우며 '아바타'(2009년)의 역대 1위 흥행 성적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지만, 이런 열기는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는 '머나먼 은하계' 이야기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달 9일 개봉을 앞둔 중국에서는 대부분이 스타워즈의 주요 주인공 이름도 모르는 등 나라 밖 열기와는 동떨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국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박스오피스 모조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깨어난 포스'가 개봉된 40여 개국 가운데 이 영화가 1위에 오르지 못한 국가는 한국과 베트남, 터키 정도다.

한국에서는 한국 영화 '히말라야'가 '깨어난 포스'를 누르고 1위를 지켰고 베트남에서는 한국 영화 '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베트남 영화 '달콤한 스물'(Sweet 20)이 선두다. 터키에서도 자국 영화가 '깨어난 포스'를 밀어냈다.

할리우드리포터는 한국과 베트남의 '특이한 현상'을 지목하면서 "한류가 스타워즈의 '포스'에 저항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부 아시아 국가에 스타워즈의 '포스'가 미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1970∼1980년대 만들어진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은 물론 1999년 이후에 나온 프리퀄(전편보다 시간상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3부작 모두 서울 기준 18만∼75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중국에서는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이 거둔 표 수익이 세 편을 합쳐 1천870만 달러(약 219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부진은 이들 국가에서 스타워즈 시리즈가 개봉 시기나 문화적 이유 등의 요인으로 '스타워즈 향수'를 공유하는 폭넓은 팬층을 만들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경우 시리즈 첫 작품인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1977년)은 1978년 개봉했지만, 나머지 두 작품은 지나치게 비싼 수입가 등의 문제로 4∼17년 뒤에야 극장에 걸렸다.

중국과 베트남 관객들도 스타워즈 시리즈가 시작된 시기에 각각 문화대혁명과 베트남전쟁에서 막 벗어나고 있던 터라 다른 나라보다 한참 뒤에 스타워즈를 제대로 접했다.

이런 '연속성의 부재'는 이전 줄거리를 알아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시리즈 영화의 특성상 대중적 인기를 끄는 데 걸림돌이 됐다.

스타워즈가 우주 배경의 가상 세계를 다루고, 이야기 바탕에 영웅 신화나 선악 대립 등 서구 문화의 코드가 깔린 것도 현실 배경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한국이나 중국 관객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시아만 오면 약해지는 스타워즈 ‘포스’…중국시장 뚫을까

대만의 스타워즈 팬들 (AP)


문제는 '깨어난 포스'가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되느냐가 아시아 시장, 특히 세계 2위 영화 시장으로 급성장한 중국에서의 성적에 달렸다는 점이다.

올해 중국 박스오피스 규모는 이달 초까지만 따져도 62억2천만 달러에 달해 지난해 전체보다 30% 이상 성장했다. 또 올해 개봉한 '쥬라기월드'와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세계 매표 실적 가운데 각각 14%와 26%를 중국에서 거둬들였다.

이 같은 중국의 티켓파워에 주목한 스타워즈 제작사 디즈니는 '깨어난 포스'는 물론 후속작의 흥행까지 염두에 두고 중국 젊은 층을 스타워즈 팬으로 끌어들이려 애쓰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포털 텐센트(텅쉰)에 스타워즈 에피소드 1∼6편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했고, 영화 속 은하제국군 '스톰트루퍼' 모형 500개를 만리장성에 전시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최근에는 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였던 루한을 홍보대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로이터는 이런 노력 덕에 이달 들어 웨이보에서 '스타워즈' 언급 횟수가 70만 건에 달하는 등 화제에 오르고 있다면서, 중국에서 개봉 첫 주말 1억 달러 이상의 매표실적을 올릴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전했다.

WSJ도 중국의 '깨어난 포스' 개봉일이 다른 나라보다 3주가량 늦어 설 연휴 대목까지 열기를 이어가며 외국 반응에 민감한 중국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만 오면 약해지는 스타워즈 ‘포스’…중국시장 뚫을까

만리장성 ‘스타워즈’ 홍보 행사 (AP)


한편 '깨어난 포스'는 성탄절 하루 북미에서 역대 공휴일 최고치인 4천930만 달러(약 577억 원)의 수입을 거둬들인 것으로 26일(현지시간) 집계됐다.

제작사인 월트디즈니는 이 영화가 지난 16일 개봉 이래 열흘간 8억9천30만 달러(약 1조420억9천만원)의 전세계 흥행수입을 올렸으며, 이번 주말엔 10억 달러(약 1조1천705억원)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스오피스 집계사이트 '렌트랙'은 늦어도 일요일(27일)에는 '깨어난 포스'의 흥행수입이 개봉 11일 만에 10억 달러를 넘어서 역대 최단기간 기록을 세울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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