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낯선고객’ 빈집 보여주기는 절대 피해야

2015-12-24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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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사무실로 오게해 동료들 앞 신원 노출

▶ 출입문 열어놓고 항상 고객 뒤에 따르도록


에이전트 범죄 타겟
지켜야 할 안전수칙

부동산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잊혀질만하면 발생한다. 지난해에는 40대 백인 여성 에이전트가 집을 보여주러 나갔다가 변사체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 부동산 업계를 발칵 뒤집었다. 피해 여성 에이전트는 낯선 고객으로부터 집을 보여 달라는 요청을 받고 집을 나선지 5일 만에 안타깝게 주검으로 발견됐다. 당시 용의자는 유괴 혐의를 인정해 계획적인 범행이었음을 알 수 있다. 에이전트를 상대로 한 범행은 주로 유괴, 살인, 성폭행, 절도 등 강력 범죄가 대부분. 에이전트가 이처럼 강력범들의 먹잇감으로 쉽게 전락하는 것은 업무 특성과 관련이 깊다. 새해에는 에이전트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근절되기 바라며 에이전트 안전수칙을 점검해 본다.


■ 사고보다는 범죄에 쉽게 노출


흔히 지붕 수리업자나 어부, 공사현장 직원 등이 위험한 직업군으로 분류된다. 각종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에이전트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위험한 직업군에 속한다. 공사현장 직원이 사고에 노출되어 있다면 에이전트는 각종 범죄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에이전트라는 특성상 ‘낯선 사람’을 자주 만나야 하는데 낯선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

범죄자들은 바로 이점을 노리고 마치 주택 구입자나 세입자를 가장해 에이전트를 쉽게 공략한다.

일부러 비어 있는 집을 보여 달라거나 건축 중인 집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면서 범죄장소를 준비하는 것도 식은 죽 먹기다. 지난해 아칸소주에서 발생한 여성 에이전트 유괴 및 살인사건을 계기로 새해에는 에이전트들이 안전 수칙을 반드시 익혀 불미스런 사고를 예방해야겠다.


■ 신규 고객을 만날 때

예전에는 에이전트가 주로 주변 소개로 고객을 접할 때가 많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이 늘면서 인터넷이 소개해 주는 고객을 만나는 에이전트가 이제 더 많다.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고객은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낯선 고객’이다. 낯선 고객과 처음 만날 때는 반드시 부동산 사무실에서 만나자고 한다. 가급적이면 매물로 나온 집에서 처음 만나는 것을 피하고 특히 빈 집에서의 만남 약속은 절대 금물이다.


고객이 사무실을 방문하면 사무실에 있는 동료 에이전트들에게 간단하게 고객을 소개해 신원을 조금이라도 노출시킨다. 고객의 양해를 구하고 신분증을 요청, 복사해 두고 고객 방명록 등이 있는 경우 반드시 기재를 요청한다. 고객이 묻더라도 에이전트 개인 신상에 대한 답변은 피하고 부동산과 관련된 화제에 대해서만 대화를 나누도록 유도한다.


■ 집을 보여줄 때

집을 보여줄 때는 가급적이면 환한 낮시간에만 보여주도록 약속한다. 요즘처럼 해가 일찍 져서 퇴근시간 이후에도 날이 어두운 때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퇴근시간 핑계로 어두운 저녁 시간만 고집하면서 빈 집만 골라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고객이 있는 경우 아예 출근 전 시간으로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만약 차압 매물이나 신규분양 주택을 보여줄 때는 사전점검이 필수다. 차압 후 오랜 기간 방치된 주택은 마약 중독자나 기타 범죄자들의 온상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 내부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상한 신호가 감지되면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즉시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한다.


■ 고객 뒤에서 보여주기

집을 보여주러 나서기 전 동료 에이전트나 가족에게 행선지와 시간대 등을 반드시 알려 만약의 사태에도 대비한다. 집을 보여주는 동안에는 절대 출입문을 잠그지 않도록 한다. 반드시 고객이 먼저 실내에 출입하도록 하고 고객의 뒤를 따라 다니면서 집을 보여준다.

고객의 뒤에 위치하면 고객의 행동을 비교적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만약에 있을 수 있는 범죄행동에 미리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 범죄 의심이 없는 고객일 경우라도 에이전트가 앞에 서서 집을 보여주면 마치 집을 방문한 손님인 것과 같은 느낌을 받기 쉽다.

반대로 고객이 앞에 서서 집을 둘러보면 마치 집 주인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아 쇼윙이 더욱 효과적이다. 집에 지하실이나 지하 와인 창고, 천장 생활공간 등 협소하고 외진 장소가 있다면 고객만 보도록 하고 안전한 곳에서 기다리도록 한다.


■ 고객과 따로 운전

에이전트의 임무 중 하나가 운전사인 것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고객을 차에 싣고 여러 집을 보여주는 것이 실제로도 에이전트의 가장 흔한 관행이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는 절대로 고객을 운전해서 집을 보러다니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정중히 각자 운전할 것을 요청했는데도 차가 없다, 고장 났다는 등 여러 핑계로 운전을 요청하는 고객은 더욱 경계대상이다.

범행 의도를 가진 ‘낯선 고객’에게는 운전대를 잡은 에이전트는 가장 쉬운 먹잇감이다. 최근 ‘우버’(Uber)나 ‘집카’(Zipcar) 등 비용이 저렴한 공유형 택시가 많아 차량 형편이 어렵더라도 얼마든지 집을 보러올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하다.

■ 휴대폰 항상 손에 소지요즘 대부분의 휴대폰에는 단축 버튼을 통해 긴급 때 통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낯선 고객과의 쇼윙을 갖기 전에 이 기능을 긴급상황 발생 때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익혀둔다.

고객에게 집을 보여주는 동안에도 필요시 긴급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항상 손에 소지하도록 한다.

주변인들에게 쇼윙시간에 간간이 전화를 걸어달라고 미리 부탁한 뒤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듯한 느낌을 전달해도 범죄를 예방하는 도움이 된다.


■ ‘탈출구’ 확인

집을 보여주기 전 사전에 미리 방문해 집안 구조를 익혀둔다. 특히 실내외 출입구 위치를 잘 파악해 만약의 경우 긴급하게 대피할 수 있는 통로를 숙지토록 한다.

집안에 지하실이나 으슥한 곳을 낯선 고객에게 보여줄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집을 보여주기 전 밖으로 통하는 출입구를 잠금장치를 모두 풀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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