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근 비은행 모기지 대출 점유율 빠르게 늘어

2015-12-17 (목)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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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은행 렌더 추세-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대출기준 강화

▶ 소비자 단체 “철저한 관리감독 필요”

비은행 렌더의 모기지 대출이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은행 업무는 취급하지 않고 모기지 대출만 전문하는 렌더들로 일부는 고위험 대출도 서슴지 않는 대출 기관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기록된 주택시장 침체의 원인이 바로 이 비은행 렌더들의 무분별한 대출행위여서 최근 우려를 낳고 있다. 모기지 대출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가고 있는 비은행 렌더들은 과거와 달리 높은 대출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LA타임스가 주로 부적격 대출자 시장에서 모기기 대출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인 비은행 렌더 추세를 자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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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기지 발급 40% 차지

‘페니맥’(PennyMac), ‘아메리홈’(AmeriHome), ‘스턴스 렌딩’(SternsLending) 등 일반인들에게 아직 낯선 이름들이지만 모기지 업계에서는 이미 잘 나가고 있는 렌더들이다.

모두들 비은행 렌더로 모기지 대출이 주요 사업이다. 최근 모기지 업계에서 대출 점유율을 매우 빠르게 늘려가고 있는 렌더들인데 모기지 대출 10건 중 4건이 이들 비은행 렌더에 의해서 발급되고 있을 정도다.


비은행 렌더라는 점 외에도 모두 남가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남가주는 서브프라임 사태로 전국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주인데 다시 비은행 렌더에 의한 공격적인 모기지 대출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한 가지 더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 과거 모기지 대출시장의 공룡기관인 컨트리와이드 경영자 출신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는 것. 컨트리와이드는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위험 모기지 대출을 발급한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 이번에는 다르다

비은행 렌더 측은 ‘이번에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서브프라임 사태 때와는 달리 엄격한 대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연체 위험이 과거에 비해 훨씬 낮다는 입장이다.

그래도 주택시장의 빠른 회복과 함께 다시 등장한 비은행 렌더의 대출행위를 보는 시장의 시선에는 우려가 많이 섞여 있다. 안전하다고는 하나 비은행 렌더들이 집중하고 있는 부문은 주로 대출자격이 미달되는 대출자 시장이다.

대출자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여겨지는 첫 주택 구입자와 크레딧 점수가 낮은 대출자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다. 비은행 렌더의 대출 발급률이 높은 부문은 FHA 융자시장과 VA 융자시장이다. FHA 융자시장의 경우 전체 발급 중 무려 약 64%가 비은행계 렌더의 손을 거쳐 발급될 정도다.


LA타임스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비은행 렌더가 발급한 대출의 연체율은 은행 발급 대출보다 조금 높지만 아직까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2013년 10월부터 올해 9월 사이 일반 은행이 발급한 FHA 융자의 연체율(수개월 연체)은 약 0.9%였다. 같은 기간 비은행 렌더 발급 FHA 융자에 대한 연체율은 약 1.1%로 은행계 대출보다 조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 소비자 단체, ‘철저한 감독 필요’

그래도 대공황에 버금가는 주택시장 침체에서 이제 막 벗어난 시기라서 비은행계 렌더의 대출 행위를 보는 소비자보호 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과거 서브프라임 사태를 몰고 온 주역들이 다시 비슷한 형태의 신종 모기지 대출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단체들은 주목하고 있다.

케빈 스타인 ‘가주 재투자연맹’(California Reinvestment Coalition: 공정대출 관련 비영리단체) 디렉터는 LA타임스에 “서브프라임 사태 때 대출자들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 인물들이 다시 등장했다는 점만으로도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FHA와 VA 융자시장을 감독하는 국책 모기지 기관 ‘지니메이’(Ginnie Mae)도 우려의 목소리에 동참했다. 테드 토저 지니메이 대표는 최근 성행하는 비은행계 모기지 대출과 관련, 감독 인원 채용에 필요한 연방기금 약 500만달러를 추가로 요청했다.

비은행 렌더가 사업을 확장중인 FHA 융자시장은 주로 대출자격이 미달되는 대출자가 많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은 최저 3.5%로 매우 낮고 대출자들의 최저 크레딧 점수도 약 580점으로 낮아 일반 대출이 불가능한 대출자들이 문을 두드리는 융자시장이다.

두 기준만 놓고 봐도 연체위험이 높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2009년 사라졌다 화려하게 부활

비은행 렌더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는 2005년만 해도 관련 모기지 대출은 전체 주택 대출의 약 31%를 차지했다. (골드만삭스 조사)대부분 모두 곧 연체의 늪에 빠진 서브프라임 대출이다. 금융위기로 주택시장의 거품이 싹 가신 2009년 비은행 렌더의 대출비율은 약 10%대로 곤두박질 쳤다.

그런데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완전히 회복되고 다시 거품논쟁이 일기 시작한 지난해 비은행계 대출은 전체 모기지 대출의 약 42%를 차지할 정도로 기세를 확장했다.

토저 지니메이 대표는 “비은행 모기지 대출 확장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라고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 낮은 적립금 우려

비은행 대출이 이처럼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일반 은행이 FHA 융자 발급을 꺼린다는 속사정이 있다. 지난 9월 웰스파고 은행 최고재정책임자가 FHA 융자자격을 갖춘 대출자라고 해도 일반 융자에 비해 연체위험이 높기 때문에 발급을 자제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정도로 대형 은행의 FHA 융자 발급 참여도가 매우 낮았다.적립금 비율이 높은 대형 은행이FHA 융자시장에서 발을 빼는 동안비은행 렌더의 FHA 융자 발급이 급증했는데 지니메이 등 국책 모기지기관의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주택시장에 다시 침체가 발생하면 FHA 융자의 연체율이 높아질것이 확실시될 텐데 비은행 렌더의적립급 비율로는 대규모 연체사태를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 비은행 ‘시장 우려는 기우에 불과’

비은행 렌더들은 시장의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주요 비은행 렌더의 연체율이 낮고 대출자들의 평균 크레딧 점수가 오히려 높다는 주장이다.

페니맥에 따르면 자체 대출자들의평균 크레딧 점수는 약 692점으로FHA 평균 대출자 크레딧 점수인 679점보다 높다.

샌타애나 소재 비은행 렌더 스턴스의 지난해 2년간 연체율은 약 0.8%로 은행 대출 연체율보다 오히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은행 렌더에대한 우려가 높은 것은 일부 렌더의실적이 저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비은행 렌더 측의 설명이다.

렌더별 대출절차와 기준에 따라연체율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애나하임 소재 캐링턴 모기지 서비스의 FHA 융자 연체율은 약 3%에 가깝지만 온라인 렌더로 잘 알려진 퀵큰 론 서비스의 경우 연체율이0.4%로 매우 낮은 편이다.

일반 은행 간 연체율 격차가 큰 것은 마찬가지다. 웰스파고 은행의 연체율은 약 0.5%인 반면 오클라호마 소재 그레이트 플레인 은행의 연체율은약 2%에 달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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