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뮤즈’ 서희-아폴로역 볼레와 환상 호흡
2015-12-02 (수) 02:22:06
▶ ABT 수석무용수에 관객 매료
▶ LA필 협연 발레음악 ‘아폴로’

서희와 로베르토 볼레가 다른 뮤즈들과 함께‘아폴로’를 공연하고 있다. <사진 LA Times>
지난 주말 아메리칸 발레 디어터(ABT) 수석무용수들인 로베르토 볼레와 서희가 남가주를 방문,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에서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과 함께 스트라빈스키의 발레음악 ‘아폴로’ 공연을 가졌다.
‘아폴로’는 1928년 조지 발란신이 안무한 전설적인 무용작품으로, 태양신 아폴로(로베르토 볼레)와 그에게 구애하는 3명의 뮤즈들이 춤의 향연을 펼치는 매혹적인 발레곡이다.
27~29일 사흘 공연이 만석을 이루며 호평 받은 이 공연에서 서희는 아폴로에게 특별히 간택 받는 춤의 뮤즈 텝시코레를 맡아 볼레와의 눈부시게 아름답고 우아한 2인무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다른 뮤즈들로는 스텔라 아브레라와 디본 투셔가 출연, 함께 공연했는데 서희의 춤이 압도적으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이었다.
볼레는 완벽한 외모와 기량에 예술성까지 갖춘 이 시대 최고의 발레리노로, 지난 7월에도 그가 이끄는 댄스앙상블 ‘발레나우’를 이끌고 LA 뮤직센터에서 공연한 바 있다. ABT 수석무용수이자 이탈리아 라스칼라 오페라 발레단의 에뚜알(‘별’, 수석보다 한 등급 위)이기도 한 그는 이 날 과연 태양신 아폴로가 현신한 듯 대단한 공연을 보여주었다. 키 190㎝에 근육덩어리인 장대한 체격의 남자 발레리노가 그렇게 힘차면서도 섬세하게 추는 건은 정말 놀라운 감격이었다.
두다멜이 지휘한 이날 콘서트에서는 또 벤자민 브리튼의 ‘젊은 아폴로’(Young Apollo)와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이 연주됐다. 현과 피아노만 나오는 브리튼의 곡은 뒤늦게 세상 빛을 본 작품이어서 LA 필로서는 이 날이 오케스트라 초연이었고, 무엇보다 감격스러웠던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혁명’이었다. 두다멜은 45분에 이르는 이 대곡을 암보로 지휘하면서 러시아적인 처연과 음울보다는 훨씬 힘차고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해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