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의 자매들은 집안의 억압과 통제에 집단으로 저항한다.
제목은 갈퀴를 휘날리며 광야를 달리는 짐승이 아니라 야생마와 같은 독립심과 넘치는 에너지 그리고 자유혼을 지닌 5명의 터키 시골의 자매를 말한다. 아름답고 심오하며 감수성과 민감함이 가득한 눈부신 작품으로 빈틈없는 연출과 흥미진진한 서술방식 그리고 음악과 촬영과 연기 등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한 작품이다.
장소와 배우들과 대사 그리고 감독(여류 데니즈 감제 에르구벤은 터키계 프랑스인으로 이 영화가 데뷔작) 등이 전부 터키어요 터키인인데도 이 영화는 프랑스의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이다. 돈과 제작진이 프랑스산이어서 그렇다.
시대는 현재. 터키 북부 흑해안의 작은 마을. 부모를 일찍 잃고 할머니(니할 콜다스)와 삼촌(아이베르크 펙칸) 밑에서 자라는 5명의 10대 소녀들이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다가 신나게 바다에서 또래 소년들의 목마를 타고 장난을 한데 이어 사과밭에서 사과를 훔쳐 따다 주인에게 걸려 혼이 난다.
주변에서 이들의 행동을 고발하는 바람에 소녀들은 할머니와 삼촌으로부터 컴퓨터와 셀폰을 빼앗긴 채 가택연금을 당한다. 어쩌다 할머니 감시 하에 마을에 나갈 때도 부대자루 같은 옷을 입고 나간다.
이들의 삼촌은 조카들의 처녀성 상실과 그로 인해 시집을 못 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아이들을 병원에 데려가 처녀성 검사까지 시킨다. 그리고 소녀들의 할머니와 삼촌은 장녀 소나이(일라이다 아크도간) 부터 벼락치기로 시집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이런 상황에서 형제애로 똘똘 뭉친 아이들은 자신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체제에 저항하나 전통과 규칙을 고수하는 기성 체제의 조직적 길들이기를 뒤집어 엎기에는 역부족이다.
둘째도 시집을 가고 5명의 형제가 하나씩 각개 격파가 되면서도 이들은 형제애로 결연히 뭉치나 결국 최후의 수단은 탈출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일종의 감옥 탈출기라고도 하겠는데 그에 따른 긴장감과 스릴이 있다.
굉장히 강렬한 작품으로 아이들에 대한 관찰이 연미에 가득차고 또 주도면밀한데 귀여운 막내 랄레(구네스 센소이)를 비롯해 대부분이 비배우들인 소녀들의 연기가 진짜 야생마들처럼 자유롭고 활력이 넘친다. 바닷가의 마을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은데 안팎으로 나무랄 데 없이 힘 있고 고운 영화다.
마치 물건을 치우듯이 어린 소녀들을 강제로 시집을 보내 처리하는 영화의 내용은 요즘에도 보수적인 국가에서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는 일이어서 현실감과 함께 거의 공포감마저 느끼게 된다.
PG-13. 로열(310-478-3836).
*‘영화평’은 필자의 블로그 (hjpark 1230.blogspot.com)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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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