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1, 눈부신 태양… 차창은 온통 황홀경

2015-11-20 (금) 이성원 기자
크게 작게

▶ 캘리포니아 ‘꿈의 드라이브 코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1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1, 눈부신 태양… 차창은 온통 황홀경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히는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1의 빅스비 브리지. 캘리포니아의 강렬한 태양 아래 다리 구조물과 짙푸른 태평양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거대한 대양과 대륙이 직접 부딪는다. 바다와 땅이 서로를 희롱하듯 감싸 안고, 적시고, 때론 부숴버리는 그황홀한 대자연의 바닷길을 달린다.

눈부신 캘리포니아의 태양과 함께 달리는,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손꼽히는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1’이다. 차가운 대양과 따뜻한 캘리포니아 땅이 만나 피어 올린 해무가 장쾌한 해변 풍경을 하얗게 적시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1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남하해 몬트레이, 빅서,샌타바바라, 로스앤젤레스, 샌디에고까지 이어진다. 이 안개와 기암과 파도의 변주가 빚어지는 변화무쌍한 캘리포니아를 달리는 길은 황홀한 해안풍경에 깃든 미국의 작고 예쁜 소도시들도 지난다. 캘리포니아의 장엄한 풍경 속 이 작은 도시들이 지닌역사와 문화를 엿보는 것도 흥미로운여행이 될 것이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1, 눈부신 태양… 차창은 온통 황홀경

퍼시픽 하이웨이 1


존 스타인벡의 몬트레이샌프란시스코에서 177㎞가량 남쪽에 있는 몬트레이(Monterey)는 바다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재미난 옛이야기를 품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일찍 개척돼 옛 주도의 역할을 했던 소도시다. 풍요로운어장 덕에 일찍이 중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 전 세계에서 많은 이민자들이 몰려들었던 곳.


다인종 다양성의 문화가 집적되던이곳은 1900년대 초 근해의 엄청난정어리떼를 잡아 가공하는 통조림산업이 크게 일어났다. 싱싱한 생선의유통이 힘든 시절이라 나름의 신기술인 통조림공장은 큰 이익을 남기는산업이었다. 해안가엔 크고 작은 통조림 공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지나친남획으로 정어리 떼가 사라졌고 40년 이상 몬트레이를 흥청거리게 했던통조림산업은 몰락하고 만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1, 눈부신 태양… 차창은 온통 황홀경

몬터레이만의 펠리칸이 날아다니는 한가로운 풍경.


인근 살리나스가 고향인 ‘분노의포도’ 작가 존 스타인벡은 몬트레이의 격변의 삶과 역사를 포착해 소설‘캐너리 로’ (Cannery Row)를 펴냈다.

몰락했던 통조림공장 건물은 이후 레스토랑과 호텔, 상점 등으로 재활용됐고, 형형색색의 해파리와 수달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수족관인 ‘몬트레이 베이 아콰리엄’도 들어섰다.

전진 어업기지였던 마을이 아기자기한 관광도시로 변신을 하게 된 것이다. 소설의 영향으로 도시의 거리 이름도 1957년‘ 캐너리 로’로 바뀌었다.

꿈의 해안길‘ 17마일 드라이브’몬터레이에서 시작해 바다로 뭉툭튀어나온 몬트레이 반도의 해안길을따라 한 바퀴 도는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는 캘리포니아 해안길 중에서도 백미로 꼽는 구간이다. 기암 절벽과 싱그러운 사이프레스 숲으로 이어진 30여㎞ 해안도로는 유명한 페블비치 골프장과 부호들의 별장으로쓰이는 대저택들을 지난다. 버드락,페스카데로 포인트 등 21개의 전망포인트가 자꾸만 차를 멈춰 세운다.

17마일 드라이브는 이미 오래 전부터 명성을 떨쳤다. 1903년 시어도어루스벨트 대통령은 말을 타고 이 길을 달린 뒤 “황홀한 질주”였다고 딸에게 편지를 보냈다. 1800년대 후반인근의 델 몬테 호텔에 머문 대부분의 투숙객들은 ‘탤리 호’라고 불리는마차를 타고 이 길을 달렸다고 한다.

당시 호텔은 50대의 마차를 구비했고 이를 하루 세 번 이상 돌렸을 정도였다고. 1901년 1인당 25센트씩 통행료를 받기 시작했고 지금도 차량 1대당 10달러의 통행료를 받고 있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1, 눈부신 태양… 차창은 온통 황홀경

몬터레이만의 펠리칸이 날아다니는 한가로운 풍경.


17마일 드라이브의 최고 포인트는론 사이프레스(Lone Cypress). 바다로돌출한 바위 위에 200년은 족히 넘었을 아름드리 사이프레스 나무 한그루가 해풍과 파도에 맞서 우뚝 서있다. 누군가 ‘단테의 연옥에서 자란듯하다’고 묘사한 그 나무다.

예술가 보헤미안의 도시 카멜꿈의 17마일 드라이브를 마치고 만나는 도시가 예술가와 보헤미안의 터전인 카멜(Camel)이다. 반경 1㎞도 안되는 작은 마을이다. 메인 도로 주변갤러리와 선물가게, 커피샵 등이 예쁜간판을 내걸고 영화 속 한 장면처럼자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후 예술가들이 창작을 위해 모여들며 형성된 도시다.


100년 넘게 카멜의 개발은 가급적그 어떤 인공적인 것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엄격하게 통제된 가운데 진행됐다. 때론 지나친 극단주의란 논란이불거질 정도였다. 지금까지도 이면도로엔 보도와 가로등이 설치되지 않았다. 현란한 간판도 천박한 네온사인도일절 없다.

영화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시장을 맡기도 했다. 시의회가 아이스크림 콘을 매장 앞에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것에 격분한 이스트우드는1986년 선거에 나섰고 72%의 득표율로 시장에 당선됐다. 2년간의 시장 재임기간 그는 개인 돈 550만달러를 선뜻 내놓으며 습지대 난개발을 막았고,교황 바오로 2세를 카멜에 머물게 해도시의 이름을 높이기도 했다.

이스트우드를 비롯 많은 연예인들이 카멜에 터를 마련했다. 할리웃 여배우 도리스 데이도 그들 중 한 명으로 극진한 동물애호가였던 그는 지금의 카멜을 개들의 천국으로 만드는데일조했다.

나른한 오후에 찾은 해무가 낮게드리운 카멜비치는 온통 개판이었다.

크고 작은 개들을 끌고 나온 주인들은 자신의 애견에게 태평양의 파도를적셔주기 위해 모래사장 위를 이리뛰고 저리 뛰어다녔다.

카멜을 벗어나며 본격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의 웅장한 절경이 펼쳐진다. 카멜에서 허스트캐슬까지 145㎞에 걸친 해안선을 품은 곳이 빅서(BigSur). 해변과 바다 하늘이 그려내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지는 곳이다.

이곳의 대표적인 전망 포인트는 빅스비 브리지(Bixby Bridge). 해벽을 잇는 높다란 다리 구조물이 짙푸른 태평양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빅서의유명 레스토랑 네펜테(Nepenthe)의야외데크에 앉아 먹는 햄버거(앰브로시아 햄버거가 대표 메뉴다)가 뉴욕의 최상급 레스토랑에서의 스테이크보다 맛있고 우아하게 느껴지는 것은눈 앞에 펼쳐진 빅서의 환상적인 해안 풍경 때문일 것이다.

몬트레이(미국)
sungwon@hankookilbo.com

<이성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