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청 폭주로 보조금 고갈 - “고객 불평에도 방법 없어” 골프장도 동참
▶ “올 겨울 비 많이 오면 시들해질 것”전망도
오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사태로 남가주 정원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절수형 조경을 실시하는 주민이 늘면서 푸른 잔디가 사라지고 갈색의 건조한 본 모습을 다시 드러내고 있다. 물 부족사태에 비상이 걸린 수도 당국이 절수형 조경을 실시하는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절수형 조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최근 보조금이 속속 고갈되고 올 겨울폭우가 예상되면서 절수형 조경에 대한 관심이 다소 식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가 남가주 지역에서 일고 있는 절수형 조경 추세를 소개했다.
■ 골프장 물 절약 위해 잔디 포기
샌디에고 카운티에 위치한 골프코스 카멜 마운틴 랜치 컨트리클럽 1년 전쯤 대대적인 새 단장에 나섰다. 기존 골프장의 상징인 드넓은 잔디밭을 포기하고 수도 사용량을 절약할 수 있는 절수형 조경방식을 택했다. 대신 ‘숨 막힐 정도로 깔끔하게 관리된 잔디 골프코스’란 기존의 홍보문구는 과감히 포기해야만 했다.
클럽 측은 골프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54에이커의 잔디밭을 걷어내는 공사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절수형 조경공사에 나섰다. 잔디 산책로에는 잔디 대신 조경용 나무껍질을 깔았고 페어웨이마저도 화강암 성분의 흙이 잔디를 밀어냈다. 기존의 골프코스의 모습을 상당 부분 잃고 일부 골퍼들의 불평도 있었지만 골프장 측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입장이다.
치솟는 수도요금 부담도 있었지만 수도 당국의 보조금 프로그램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절수형 조경공사에 들어간 공사비 약 400만달러 전액이 남가주 메트로폴리탄 수도국의 보조금으로 충당됐고 클럽 측 비용 부담은 전혀 없었다.
케빈 황 클럽 총매니저는 “보조금 지급이 없었다면 절수형 조경공사 실시를 생각지 못했을 것”이라며 “일부 불평 고객도 있지만 골프장 운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 신청 폭주로 보조금 속속 고갈
절수형 조경 보조금 지급 프로그램은 남가주에서 이미 수년째 시행중으로 올해 최고 지급액을 기록했다.
올 들어 가뭄현상이 극심해진 데다 각 수도 당국이 보조금 지급액을 높이는 등 적극적인 프로그램 시행에 나선 뒤부터다. 대부분의 수도국이 잔디 제거 면적 기준으로 평방피트당 약 2달러를 지급하고 있는데 최근 보조금을 4달러까지 인상한 수도국도 있다.
카멜마운틴 랜치 컨트리클럽에 약 4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 남가주 메트로폴리탄 수도국은 지난 2년간 약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을 나눠줬다.
보조금 예산이 바닥나 올해 약 3억5,000만달러의 추가 자금을 부랴부랴 마련했던 수도국 측은 올 연말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불과 수개월만 다시 자금이 동이 났다.
보조금 신청이 폭주할 때는 매주 약 1,500만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 적이 있을 정도로 남가주에서 절수형 조경 열풍이 불고 있다.
NYT에 따르면 현재 남가주 메트로폴리탄 수도국의 보조금 예산은 다시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수도국 측은 보조금 지급 프로그램이 중단되더라도 남가주에서는 지금과 같은 절수형 조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요금이 이미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수도 사용량이 많은 주민에게 벌금이 부과되는 한 자비로라도 절수형 조경을 실시할 주택 소유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프리 나이트링커 수도국 매니저는 “아마 올해가 남가주 정원의 모습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될 것”이라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전망했다.
■ 폭우 예상돼 관심 줄어들 것
남가주 수자원국도 올해 절수형 조경 보조금 지급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지난 4월1일부터 시행된 프로그램의 보조금 예산규모는 약 2,200만달러다.
수자원국 측은 자체 시행 프로그램을 통해 약 5,000만평방피트에 해당하는 잔디 면적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중이다. 그러나 수자원국 측 프로그램은 기대와 달리 보조금 지급이 조금 더딘 편이다.
현재까지 전체 보조금 예산 중 약 25%에 해당하는 금액만 지급됐다. 기존에 시행중인 프로그램의 보조금이 바닥나 신청자들의 관심이 최근 조금씩 감소하고 있고 올 겨울 엘니뇨 현상에 따른 남가주 폭우가 예상되면서 절수형 조경 필요성도 떨어지고 있다.
남가주 가뭄현상이 심각한 수준이지만 수십만에이커에 달하는 남가주 정원의 모습을 단숨에 바꿀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스테파니 핀세틀 UCLA 디렉터는 “남가주가 절수형 조경의 주가 되려면 주택 소유주들의 선호도가 바뀌어야 한다”며 가뭄사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다시 잔디 위주의 조경 선호도가 돌아 올 수 있음을 암시했다.
■ 절수형 조경용 식물
◆허밍버드 세이지
가주가 원산지로 심은 뒤 물을 적게 줘도 되고 관리도 수월해 초보 정원사들이 즐겨 찾는 식물이다. 향기가 달콤하고 약 2피트까지 자라는데 늦겨울과 봄 사이 꽃이 만발한다. 뾰족한 모양의 꽃은 주로 진홍색과 분홍색이 대부분이며 벌새가 좋아하는 꽃으로 알려졌다.
◆코요테 민트
가주와 오리건이 원산지로 민트향의 상큼함이 매력이다. 비사막지대의 경우 직사광선에서도 잘 자라지면 가주처럼 고온 건조한 지역에서 부분적인 햇빛을 받을 때 더 잘 자란다. 여름철에 꽃을 피워 나비가 자주 찾아 나비정원을 꾸미기에 좋다. 복통이나 목통증 완화에 사용되기도 하고 차로 끓여낼 수 있는 등 조경 외에도 쓸모가 많은 식물이다.
◆스틱스 온 파이어
아프리카, 아라비아 반도, 인도 등이 원사지이지만 남가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식물. 번식이 빨라 가로로 8~10피트, 세로로는 최고 25피트까지 자랄 수 있다. 주로 테두리용 조경에 많이 사용되는데 라텍스와 같은 수액이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패들 플랜트
남가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고온성 다육 식물. 남아프리카 원산지이고 항상 신선함을 유지하는 잎이 마치 주걱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강렬한 햇빛에서도 잘 자라 가뭄에 강하고 잎의 가장자리가 탄 것처럼 변색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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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