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스팅 살펴볼 땐 명확한 ‘문구’ 확인해야

2015-11-05 (목)
크게 작게

▶ 충분한 실내사진 없다면 포기하는 편이 낫다

▶ 세입자가 현재 살거나 빈집으로 오래된 상태

리스팅 살펴볼 땐 명확한 ‘문구’ 확인해야

주택 리스팅을 살펴볼 땐 집을 사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포한 ‘경고문구’가 있는지 거듭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 위험한 부동산 리스팅

핼로윈도 무사히 보냈으니 퀴즈 하나. 리스팅에‘절대로 귀신 나타나지 않음’이라는 문구가 적힌 부동산이 있다면 사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런 문구가 있다면 안사는 편이 안전할 것이다. 진위 여부를 떠나 공포 영화 애호가라면 모를까, 공동묘지 인근이나 연쇄 살인마가 살았다는 집에 살길 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부동산 리스팅에 명확한 경고 문구가 없는 주택이 우량 매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대신 부동산 리스팅을 자세히 살펴보면 최소한 드림하우스에 대한 기대감이 악몽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 사진이 부족하다


만약 충분한 실내사진을 발견할 수 없다면 포기하는 편이 낫다. 집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 실제 질로우 닷컴에 790만달러에 매물로 등장한 샌프란시스코의 저택은 단 한 장의 실내사진이 없다. 이건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문제를 숨기고 싶어서 그렇다고 봐야 할까. 한 전문가는 “에이전트가 진짜 일을 못하는 경우가 아니면 집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싸구려 폐가(fixer-uppers)

‘픽서 어퍼’(fixer-uppers), 만능 수리공이란 뜻도 가진 케이블 TV 프로그램 이름으로 텍사스에서 건축업을 하는 남편과 부인이 고객에게 집을 안내하고 고쳐주는 포맷이다. 그러나 이건 TV용으로 모든 매수자에게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건축업자들조차 실제 이런 주택에 도전하고 싶다면 어느 정도 본인이 주택 수선에 자신이 있는 경우만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암호처럼 쓰이는 ‘TLC’가 붙은 집도 여기에 해당한다. 때에 따라 경미한 페인트칠 정도의 케어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구조 자체가 문제인 주택도 있다.


■ 있는 그대로 판다

‘있는 그대로’(as is)는 흔한 리스팅 문구다. 매도자가 수리하지 않고 팔겠다는 의미로 그만큼 가격을 조정했다는 뜻이다. 매수자에게는 나쁘지 않는 거래조건이지만 은행과 모기지 계약을 끝마칠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간혹 창문이 고장 난 경우나 바닥이 훼손된 경우 등은 은행이 문제를 삼기도 한다. 워싱턴주의 한 호숫가에 위치한 주택은 테라스(deck)의 삼면이 물이지만 테라스를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경고해 외면당했다.


■ 세입자가 살고 있거나, 너무 오래 빈 집

세입자가 현재 살고 있으며 집 주인이 주택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는 흔하다. 집 주인이 정기적으로 주택을 체크하는 것이 아니고 세입자도 집 주인에게 이를 통보하지 않으면 문제는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오래 빈집인 상태였던 주택도 다시 봐야 한다. 상하수도관이나 집안의 물 때 같은 것은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 공구? 대체 얼마나 큰 공구?

‘공구함을 챙기세요’(Bring your toolbox)도 흔한 리스팅 문구다. 그러나 어떤 공구를 의미하는지를 놓고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그냥 해머나 스크루 드라이버, 덕트 테입 정도인지 아니면 대형 공구형 기계를 말하는 것인지 말이다. 말투로 놓고 보면 간단히 몇 가지만 손보는 정도의 애교 있는 수준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상당히 많다.

실제로 한 에이전트는 “매도자가 공구함을 가져오라고 광고하고 싶다고 한 주택이 있었는데 실제로 확인해보니 최소 1만5,000달러가 소요되는 지하실 보수공사가 필요한 집 이었다”며 “이 정도면 보통의 공구함으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질로우 닷컴에 올라온 메인 주의 한 주택도 공구함을 찾고 있지만 사진만 봐도 망가진 현관에 부서진 창문, 명백한 워터 데미지 등 심각한 수준을 보여줬다.


■ 랜드리스 빌딩

뉴욕 같은 대도시에서 집을 살 때는 리스한 땅에 지은 주택의 경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지를 일정기간 리스해 건물을 올린 형태의 주택은 겉모양은 끔찍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막대한 부담을 떠안겨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한다. 대지 주인과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고 ‘예외 없이’ 더 높은 금액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 귀하를 위한 주택이라고?

‘당신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정도로 해석될 ‘All work has been done for you’도 위험한 문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런 주택은 ‘플리퍼’(flipper)일 확률이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플리퍼란 인근 시세보다 현저히 싼 주택을 사들여 최대한 빨리, 최대한 싸게 고쳐서 다시 매물로 내놓는 물건을 뜻한다.

한 부동산 에이전트는 “플리퍼를 취급하는 ‘업자’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스테인레스 스틸 가전기기를 들여놓고 화강암으로 된 카운터탑을 설치하는 것 뿐”이라며 “번지르르한 겉모양새 뒤로 워터 대미지, 곰팡이, 심각한 지반 균열 등을 숨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비슷한 문구로 꼽힌 것은 ‘토탈 리모델’(total remodel), ‘완벽하게 새 단장한’(completely rehabbed) 등이다. 실제 펜실베니아의 한 주택은 불과 5개월 전 6만5,000달러에 불과했지만 최근 18만4,900달러로 새롭게 매물로 등장했다. 새로운 캐비닛과 카운터탑, 냉난방 시설과 함께 말끔한 새 페인트칠, 주방과 욕실의 배관설비 교체가 명시됐지만 3배나 가격이 오를 정도의 투자는 아니지 않느냐며 눈총을 샀다.

<구성훈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