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겐로쿠엔 숲길 걸으니 에도시대 정취가 절로…

2015-10-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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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로쿠엔 숲길 걸으니 에도시대 정취가 절로…

고마쓰의 나타데라 사원은 정원처럼 잘꾸민 인공미와 자연미가 조화를 이룬 고 찰이다. 가을이면 특히 단풍이 아름답다. <이시카와현 제공>

겐로쿠엔 숲길 걸으니 에도시대 정취가 절로…
일본 간사이(關西) 지방 여행객들은 대부분 현대적인 도시 오사카, 천년 고도 교토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부산과 별다를 것 없는 항구도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거나 경주와 비슷한 유적지 관광에 싫증이 난다면 기차를 타고 인근의 한적한 시골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간사이 공항에서 JR서 일본철도 호쿠리쿠선(線)으로 연결되는 가나자와(金澤)와 가가(加賀)는 한적하게 산책하며 명상하기에 적당한 정원과 사찰로 유명하다.

이시카와 현청 소재지인 가나자와엔 일본의 3대 정원 겐로쿠엔(兼六園)이 대표적 자랑거리다.


시내 한 복판에 자리잡은 겐로쿠엔은 에도시대(1603년~1868년) 임천회유(林泉廻遊)식 대정원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임천회유는 집안에서 감상하는 정원이 아니라넓은 토지에 연못을 만들고 구릉을쌓고, 주위에 나무를 심고 정자나 다실을 지어 전체를 돌아보며 관람하는 일본식 정원을 표현하는 말이다.

영주를 위해 만들었다는 아기자기한 인공 연못 주변으로는 소나무 벚나무 매화나무로 꾸민 숲길이 호젓하다. 여러 갈래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거닐다 보면 몸도 마음도 가벼워진다.

겐로쿠엔은 1676년 가나자와 5대영주인 마에다 쓰나노리(前田綱紀)가정자를 짓고 그 주변에 정원을 조성해 1874년 일반에 공개됐다. 최근 체육관을 헌 자리에 연못과 정원 터가발견돼 일부는 추가 복원했다. 겐로쿠엔은 가나자와 성(城)과 다리로 연결돼 있다. 다리 아래는 차량이 지나다니는 도로다. 성터가 주변보다 높다는 의미다. JR 가나자와역에서 약2km 거리다.

가나자와 인근 고마쓰(小松)에는정원 같이 아기자기한 숲길이 아름다운 나타데라(那谷寺) 사찰이 있다.

717년에 세워진 고찰로 가가온천역에서 가깝다.

숲길은 아름드리 삼나무가 하늘을뒤덮고 있어 그늘이 넓다. 이끼로 뒤덮인 오솔길은 더없이 아담하고 단정해 걸을수록 복잡한 생각이 하나씩정리되는 느낌이다.

곳곳에 빗자루를 들고 있는 동자상이 인상적인데, 일종의 환경을 보호하는 수호신이다. 오솔길은 목조 조각이 화려한 본당을 지나 기괴한 모습의암석으로 이어진다. 암석 중간쯤엔 암자가 자리잡고 있는데 자연의 일부인듯 주변과 조화롭다. 암벽 주위는 가을이면 단풍이 절경을 이룬다.


가가온천역 인근에는 노천탕과 다다미 방을 갖춘 5성급 호텔 ‘유노쿠니 덴쇼’를 비롯한 대형 료칸이 많다.

건물 외관은 서양식 호텔이지만 내부는 다다미 방, 온천탕, 노천탕 등 일본 전통 료칸을 재현한 숙박 시설이다. 비용은 하룻밤에 1인당 30만원안팎으로 비싼 편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공중 온천탕만 이용해도 된다.

가나자와와 가가 지역 여행은 JR서일본철도가 판매하는 ‘명탐정 코난패스’를 이용하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이 지역이 만화 영화 ‘코난’의 배경지라는 점에 착안해 만든 상품으로, 정해진 기간 동안 철도와 연계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간사이공항에서 연결되는 ‘가나자와ㆍ가가 코난 패스’ 5일권 가격은 1만2,000엔이다.

간사이공항에서 가나자와역 왕복요금이 1만8,380엔이란 점을 감안하면 아주 저렴한 편이다. 겐로쿠엔과 가나자와 성 등 일부 관광시설 입장권도 포함돼 있다. 외국인에게만 적용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국내 여행사(하나투어·여행박사)에서 교환권을 구입한후 간사이공항역 지정 창구에서 실제패스와 투어북으로 교환하면 된다.

겐로쿠엔, 가나자와성,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 등 주요 관광지에 설치된‘체크 포인트’에서 한글로 된 힌트를읽고, 투어북에 답을 기입해 가가온천역 관광정보센터에 제출하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다.

가나자와ㆍ가가=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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