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분명한 징조 / 테드 쿠저

2015-10-1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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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웬 귀뚜라미가 이렇게 많지
산타의 썰매 줄에 매달린 작은 종들 같군!
“길고 추운 겨울이 올
분명한 징조야” 빗자루로 정원의
거미줄을 걷어내며 이웃집 사람이
말합니다.
“귀뚜라미와 거미줄,”
그건 분명한 징조야, 한 칠 십 년이면
(안경 너머로 아직 내가 듣고있는가 살피고는)
한 두 가지쯤은 잘 알게 되거든 이라고


/ 테드 쿠저 ‘분명한 징조’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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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에 귀뚜라미가 많이 걸리면 아주 길고 추운 겨울이 온다는 것을 노인은 경험에 의해 알고 있다. 한 칠십년 살다보면 한두 가지는 잘 알게 된다고 하시지만 실은 참으로 많은 것을 알고 계실 것이다. 그의 말투에서는 인생사 어떤 재난도 담담하게 맞을 깊은 연륜이 엿보인다. 몇 번인가 그가 겼었을 길고 추운 겨울, 고난의 깊은 곳을 살아낸 이들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다가올 길고 추운 겨울에 대한 예견이 두렵지 않다.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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