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꼴찌의 반란

2015-10-08 (목) 12:00:00 다니엘 홍 / 교육전문가
크게 작게
2001년 5월, 예일대학의 졸업식 연설에서 당시 대통령 부시는 이렇게 말했다. “성적 우수 졸업생, 이런 저런 상을 받은 졸업생 여러분, 훌륭한 성취를 축하합니다. C학점으로 졸업하는 학생 여러분, 제군들은 나처럼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처럼 졸업하면 대통령이 되지만, 도중에 대학을 그만두면 딕 체니처럼 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형편없는 학점을 받았거나 꼴찌 자리를 면하지 못했지만, 사회에서는 한 몫을 해낸 정치인들이 부시 외에 상당수 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온 전 텍사스 주지사 릭 페리는 대학 때 유기화학에서 F, 경제학에서 D를 받았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정치학, 지질학, 역사 과목에서 D를 기록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688명 가운데 506등으로 대학을 졸업했고, 로스쿨은 85명 가운데 76등으로 마쳤다.

그는 로스쿨 신입생 시절, 남이 써놓은 논문을 베껴 과제물을 제출했다가 말썽을 일으킨 적도 있었지만, 교수가 써준 “자신감이 넘치고 언변이 능력이 뛰어나다”라는 추천서 덕분에 직장을 얻을 수 있었다. 바이든 뺨치는 사례는 존 매케인 상원의원으로 그는 졸업생 899명 가운데 894등으로 해군 사관학교를 졸업했다. 환경보호의 선두주자 앨 고어 전 부통령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연에서 인간의 위치’라는 과목에서 D를 받았고, 석차는 최하위 20%에 머물렀다.


학교에서는 끝자락에 매달리는 곤욕을 치렀지만 사회에 나와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정치인 외에도 비즈니스, 예술, 테크놀로지 등 각계각층에서는 물론, 심지어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학교의 꼴찌가 사회의 우등생으로 둔갑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꼴찌는 사회가 사람을 판단하는데 대학과는 다른 잣대를 사용하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닫는다. 대학에서는 학점이 전부이거나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사회는 경험을 우선시한다. 사회에 나오면 심리학 수업에서 어떤 학점을 받았냐고 묻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회사 발전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까다로운 사람과 어울리며 함께 일을 추진할 수 있는 팀웍, 수시로 변하는 조직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 등은 꼬치꼬치 물어본다.

변화무쌍한 환경에 대처하는 기술, 즉 상황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바꿀 줄 아는 능력이 떨어진다면 사회에서의 성취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능력은 어디서 올까.

수업이나 전공을 선택할 때 항상 확실한 것을 원하고 무엇이든 보장되는 것을 찾아 안전한 길을 택하는 공부파의 태도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인맥을 맺을 수 있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접했을 때 수업을 빼먹더라도 뛰어드는 학생이 그런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저런 경험의 기회에 뛰어드는 꼴찌는 여러 종류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교류를 통해 사람 다루는 법을 습득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 가며, 까다로운 사람을 어떤 방법으로 다루고, 의견이 분분한 그룹 멤버들을 어떻게 설득할까 등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익힌다.

한편 대학에서 승승장구하는 우등생은 도서관, 강의실, 기숙사에서 책과 씨름하느라 사람과 씨름하는 것을 소홀히 하게 되고, 그것은 자연스레 사람을 파악, 설득하는 능력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사회가 사람으로 구성된 것을 우등생이 잊고 있을 때, 꼴찌는 모든 것이 사람에 의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다니엘 홍 / 교육전문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