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나라가 어찌 되려나…

2015-10-0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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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싸우면서 자라는 거지” 하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세상이 될 지도 모르겠다. 아이들 싸움에 목숨을 잃는 말도 안 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일 오리건의 시골 대학에서 재학생이 총기를 난사해 20살 전후 젊은이 9명을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이틀 후 테네시에서 또 어처구니없는 총격사건이 일어났다. 11살짜리 소년이 이웃집 8살짜리 소녀에게 총을 쏘아 숨지게 했다.

어린아이들까지 화나면 집어들만큼 총이 사방에 널려 있으니 ‘이 나라가 어찌 되려나 …’ 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고 있다.


사건은 내슈빌에서 200마일 떨어진 화이트 파인의 한 모빌홈 단지에서 일어났다. 옆집에 사는 소녀가 마당에서 친구와 함께 놀고 있자 소년은 창문으로 내다보며 한동안 같이 어울렸다고 한다. 그러다 소녀에게 강아지를 좀 보여 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하자 소년은 모멸감을 느꼈던 모양이다. 집안으로 들어가 벽장에 있던 아버지의 샷건을 들고 창가로 가서 밖에 있는 소녀에게 총을 쏘았다.

뒷마당에서 멀쩡하게 잘 놀던 딸이 갑자기 총을 맞고 죽자 그 가족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총을 쏜 소년의 부모가 받은 충격 또한 덜하지 않을 것이다. 소년은 현재 1급살인 혐의로 구속된 상태. 이웃에 대한 죄스러움은 물론, 11살짜리 아들이 평생 감옥에서 보내게 될지 모르니 그 부모의 심정이 오죽 할까. 샷건을 넣어둔 벽장에 자물쇠만 채워두었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테니 그 아버지는 지금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총의 나라, 미국에서는 총기를 너무 편하게 여겨서 문제이다. 사격을 가벼운 오락 정도로 여기며 총을 늘 만지다보니 관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테네시 사건 하루 전인 2일에는 오하이오에서 11살짜리 소년이 12살짜리 형을 죽게 한 사건이 있었다. 어른들이 타겟 맞추기 사격을 하다가 총들을 피크닉 테이블에 내려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소년이 총을 집어 들었는데 그 순간 총알이 나가면서 옆에 있던 형을 맞추고 말았다.

총을 언제까지 이렇게 내버려 둘 것인가. 총기규제가 필요하다. 연방법은 권총을 가질 수 있는 연령(18세 이상)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라이플이나 샷건 같은 장총에 대해서는 아예 규정이 없다. 20개주와 워싱턴 DC가 각 주별로 총기 소유 연령제한을 두고 있고 나머지 30개 주에서는 어린아이라도 장총을 소지할 수 있다. 물론 총기구매를 할 수는 없지만 부모가 사주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생일 선물로 줄 만큼 총과 친근한 문화가 그 위험성에 대한 경계심을 무디게 하고 있다. 한 비영리기구 조사에 의하면 올해 들어 총기로 죽거나 부상당한 아동(11살 이하)이 559명에 달한다. 피해자가 아이들이라면 많은 경우 실수에 의한 총격일 것이다. 총으로 세운 이 나라가 총으로 망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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