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 배한봉
2015-10-06 (화) 12:00:00
김종성 ‘라이브’
가을 보름달 뜨면 친구여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보세
휘영청 쌓이는 달빛도 달빛이지만,
밤 기러기 찬 하늘에 걸리듯
한 개 섬이어서 외로운 우리 삶
강바닥 물살 지는 은모래 마냥
훤히 드러나게 가슴 펴고 앉아보세
그 자리, 햇콩 갈아 무쇠 솥에 끓여 만든
손두부 몇 모, 동동주 몇 잔이면
세상도 다 허심탄회해질 것이니,
토종 콩 같은 우리 우정
젓가락 부딪치며 낄낄거려나 보세
남보다 앞서겠다고, 잘 살아보겠다고
엎어지고 부딪치며 살아온 우리
가을볕에 콩껍질 터지듯
오늘은 파안대소, 시간을 잊어보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아름다운 벗을 가진 사람
여보게 우리, 관중, 포숙도 부럽잖게
가을 보름달만큼만 굴러 가보
/배한봉(1962- )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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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벗들과 둘러앉아 파안대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이민자들뿐 아니라 모든 현대인에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알 수도 없는 곳을 향해 다투어 오르기에 바쁜, 길 잃은 자들이다. 무쇠솥에 끓여낸 손두부 냄새, 달빛아래 빛나는 바람소리, 그리고 벗들의 웃음소리가 더욱 그리워지니 필시 가을인가보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