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세 스푼 설탕 한 스푼 / 이원형
2015-09-24 (목) 12:00:00
김성일 ‘우먼’
가을볕에 노곤해진 논두렁길
마른 등짝을 즈려 밟고
오토바이 한 대 너무나 가벼운
그녀를 태우고 달린다
흙먼지를 연꼬리처럼 매달고
졸음에 겨운 갈대의 어깨를 툭툭 치며
커피 세 스푼 설탕 한 스푼의
낭창낭창한 그녀가 달린다
짓궂은 돌부리가 빨간 립스틱에 수작을 걸면
한 옥타브 가볍게 튀어 오르는 여자
물오른 젖가슴도 출렁
햇살 쪽으로 돌아섰던 벼이삭들이
누렇게 요동친다
날이 미치게 좋아서
이 빠진 낫자루도 팔베개하고 누워버린
가을 한 복판
눈웃음이 환장하게 이쁜 그녀를
못잊어
가을걷이는 뒷전이다.
금빛 홍해를 털털거리며 달려오는
별다방 오양
/ 이원형(흙빛 문학 동인) ‘커피 세 스푼 설탕 한 스푼’ 부분
....................................................................................................................................................
우리의 고향에는 다방 커피를 주문하는 농부아저씨와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는 다방 아가씨가 정말 있는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미치도록 날이 좋아서 일은 팽개치고 팔베개 하고 누워버린 낫자루 아저씨와 커피 세 스푼과 설탕 한 스푼처럼 쌉쌀하고 달콤한 아가씨의 대비는 얼마나 재미있는 낭만인가. 순수한 인간의 욕망이 농익은 햇살 속을 달리는 오토바이처럼 통통 부풀어 오르는 풍경, 이 빠진 낫자루 아저씨 때문에 한참 웃는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