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권, 조금 더 범위를 좁히면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이민자 비하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그에 따르면 이민자는 아예 범죄자다. ‘그’는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를 말하는 거다. 입이 거친 트럼프와는 비교할 수 없다. 그런 젭 부시도 부지부식 간에 이민자에 대한 속내를 드러냈다. ‘앵커 베이비’ 발언이 그것이다. 원정출산이나 하는 부류가 이민자라는 거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한 술 더 뜬다. 그에 따르면 미국 땅에 발을 디디는 외국인은 모두가 요주의 사찰대상이다. 그래서 비자만료 때까지 그 동선을 페덱스 화물처럼 추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이민자 비하발언이 국제정세와 맞물리면서 아시아계를 표적 삼는 공격으로 비화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왜 아시아계 이민자가 공격대상이 되고 있나. 또 다시 돌아온 정치계절을 따라 만연한 ‘중국 때리기’(China-bashing)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는 2016년 선거시즌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2000년 조지 W 부시는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라고 부른 클린턴을 비난하고 나선 것.
막상 대통령이 된 후 부시의 중국정책은 부드러워졌다. ‘전략적 경쟁자’는 선거 캠페인성 발언이었고 9.11사태와 이후 부시는 중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치켜세웠다.
“중국은 환율조작국가다. 그 중국을 응징하겠다.” 2012년 대선 시 공화당 후보 미트 롬니의 발언이다. 그 주장은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중국 때리기’는 선거 캠페인 때 잠시 표심(票心)을 흔들어 보는 아주 작은 바람 역할을 하는 정도에 머물었던 것이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소리다.
중국 국내 인권상황이 말이 아니다, 남중국해에서 거침없이 불법행위를 일삼고 있다, 미국의 기업은 물론이고 연방정부를 타깃으로 무차별 사이버공격을 해온다…그 중국을 적지 않은 미국인들은 혐오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퓨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1년만 해도 근 50%에 이르던 미국인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014년에는 35%에 머물렀다. 55%의 미국인은 못마땅한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심에 민감한 것이 정치권이다. 때문에 ‘중국 때리기’ 분위기는 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래서인가 민주당 대권주자들도 한 마디씩 거들고 있다. 중국의 군국주의와 사이버공격행위에 대한 힐러리 클린턴의 강도 높은 발언이 그 한 예다.
‘중국 때리기’가 자칫 아시아계 전체에 대한 비하, 혹은 증오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한국인에게도 돌아갈 수 있다. ‘일본 때리기’가 만연했던 80년대 중국계인 빈센트 친이 엉뚱하게 희생됐던 것처럼.
날로 확산 기미를 보이고 있는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이민자 비하 분위기 - 아무리 극우보수 성향의 경선 표밭을 의식한 생존전략이라 해도 도를 넘어섰다. 경선이 지나면 이민 표심이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본선이 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