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최고사령부 전멸…시진핑, 현 지휘부 신뢰 못한다 판단”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로이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한 후 임명한 중국군 수뇌부 인사 6명 가운데 5명이 실각하게 됐다. 중국군 서열 2위인 장유샤(75)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제1부주석과 류전리(61) 중앙군사위원 겸 연함참모부 참모장이 24일(현지시간) 낙마하면서다.
시 주석이 직접 발탁한 군부 최고위직 측근들이 대거 물갈이되며 군부 권력은 시 주석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전경험을 갖춘 군 수뇌부의 공백은 군 현대화 등 전력 강화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장 부주석과 류 참모장을 "엄중한 기율 위반과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 부주석은 중국 권력의 중심인 24인으로 구성된 당 중앙정치국원이자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 주석을 보좌하며 200만 병력을 관리하는 중국군 서열 2위로, 제복 군인 가운데선 최고 서열이다.
장 부주석은 군부에서 시 주석 고향 인맥인 산시방(陜西幇)이자 태자당(太子黨·혁명 원로 자제 그룹)을 대표하는 인물로 2017년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올랐고 2022년에는 시 주석의 3연임 확정과 함께 제1부주석이 됐다.
그의 부친 장쭝쉰(張宗遜) 상장이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의 산시성 고향 친구이자 혁명전쟁 시기 전우로, 장 부주석과 시 주석 역시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 이런 인연과 풍부한 실전경험 등을 바탕으로 '7상8하'(七上八下·67세까지는 유임, 68세부터는 은퇴) 원칙을 깨고 2022년 당대회 때 최고령 중앙정치국원이 됐다.
류 참모장도 중국 인민해방군을 총괄하는 7명 정원의 당 중앙군사위 위원 중 하나다. 그는 말단 병사에서 중국군 사상 최연소 사령관이 된 입지전적 인물로 2023년 3월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선출됐다.
시 주석의 3연임 확정 이후 중앙군사위는 중앙군사위 주석인 시 주석, 장유샤 제1 부주석, 허웨이둥 제2 부주석, 리상푸, 류전리, 먀오화, 장성민 등 7명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시 주석과 지난해 10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20기 4중전회) 때 부주석으로 승진한 장성민 등 2명을 제외하고 5명이 물갈이된 것이다.
'로켓군 반부패 숙청'이 시작된 2023년 리상푸 당시 국방부장(장관)이 실각했고, 2024년 말 중국군 서열 5위였던 먀오화 당시 정치공작부 주임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며 숙청이 본격화했다. 작년에는 군 서열 3위였던 허웨이둥 전 부주석도 낙마했다.
여기에 군부 실세이던 장유샤와 류전리까지 실각하면서 군부 권력은 시 주석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앙군사위원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장성민 부주석은 산시성 출신으로, 2017년 군 기율위원회 서기로 발탁돼 8년 넘게 군 내부 반(反)부패 사정을 총괄해온 인물이다.
지난해 그의 부주석 발탁은 현역 군인이자 군부 내 '부패 척결'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기 후계 신호보다는 시 주석의 군 장악력 강화를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체 집계를 토대로 최근 2년간 50명 이상의 고위 군 장교와 방위산업체 임원이 조사받거나 해임됐다면서 마오쩌둥 집권기 이후 전례 없는 수준의 이러한 숙청이 "부패하고 정치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장성들을 숙청하려는 시진핑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그러나 군 최고위층이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되면서 중국군의 전력 강화 노력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12년 집권한 시 주석은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 이후 실전을 치르지 않은 중국군을 현대화하기 위해 2015년 로켓군을 창설하고 2016년에는 7대군구(大軍區) 체제를 유사시에 바로 대응할 수 있는 5대전구(大戰區)로 개편했다. 또 중국군 창설 100주년인 2027년까지 전투력 현대화 목표를 달성해 세계 일류 강군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하지만 2023년부터 로켓군을 중심으로 이뤄진 대대적인 숙청으로 경험이 풍부한 장성이 부족해지는 등 군 현대화와 관련해 불확실성을 심화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낙마한 장유샤와 류전리도 현역 장성 가운데 드문 참전 용사로, 중앙군사위원 7인 가운데 이 2명만 실제 전투 경험을 갖췄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장 부주석은 1979년 중국·베트남 전쟁에 중대장으로 참전했고, 류 참모장은 22세이던 1986년 중국과 베트남 접경지 라오산에서 벌어진 전투에 최전선 중대장으로 나서 30여 차례 공격을 막아낸 공로로 훈장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말에 열린 상장 진급식도 진급 대상자 2명을 제외하고 행사에 참석한 상장이 장유샤, 장성민, 류전리, 둥쥔 국방부장 등 4명에 그쳐 중국군 고위직을 겨냥한 반부패 사정 작업의 영향을 체감하게 했다. 2024년 말 상장 진급식 때 참석한 상장은 20명이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중국 정세분석가 출신의 크리스토퍼 K. 존슨 중국전략그룹 대표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장유샤와 류전리의 실각에 대해 "중국군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로, 군 최고 사령부가 완전히 전멸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이 중국군 내 문제가 너무 뿌리 깊어 현재 지휘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는 부패하지 않은 집단을 찾기 위해 여러 세대에 걸쳐 깊이 도려내야 한다고 결정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