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실 ‘멕시코시티의 추억’
2015-09-01 (화) 12:00:00
폭염 속 뙤약볕을 즐기듯 신나게 울어대는 매미들의 합창소리가 창 너머에서 정겹게 들려오는 아침이다. 오늘도 예외 없이 텃밭에 물을 뿌려주고 있는데 널찍한 호박, 오이 넝쿨 사이를 비집고 샛노란 꽃 속에 머리를 처박은 꿀벌들의 작업이 한창이다.
꼼꼼한 남편이 애쓴 정성 덕에 이 집에 이사온 지 1년이 되자 번듯한 텃밭과 온갖 꽃들이 펼쳐진 푸르른 정원이 갖춰졌다. 올 봄엔 들깨를 심지도 않았는데 작년에 떨어진 씨앗이 발아해 이파리가 엄청 실하다. 키 자랑을 하듯 쑥쑥 커가는 부추, 작은 밭고랑을 가득 메운 싱그러운 상추, 통통하게 살찐 가지, 풋고추, 방울토마토가 한창이다.
이른 아침 텃밭에 나가면 두 식구가 먹을 만큼 오이와 풋고추를 따다 식탁에 올린다. 갓 따온 상추와 깻잎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때면 직접 농사지은 무공해 채소이기에 더 맛있다. 잎채소 일색인 텃밭에 오이를 심으니 일을 하다가 하나씩 따먹는 맛이 꿀맛이다.
텃밭에 나가면 그날 쌓였던 피로가 한꺼번에 확 풀리는 느낌이다. 텃밭의 녹색은 우리 마음을 안정 시켜주며, 자연의 소중함, 농부의 고마움 그리고 나눔의 기쁨을 알게 해준다.
무공해 농산물로 가족 건강을 지키고 운동효과까지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닌가. 텃밭에서 심은 대로 싹을 내고 기특하게 잘 커가는 녀석(?)들을 보면서, 흙을 만지며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고, 소소한 행복에 젖으며 흙처럼 거짓 없는 마음으로 남은 삶을 이어가리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