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통음식과 이웃

2015-08-31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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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나 김 / 전통요리 연구가

상냥한 미소를 지닌 케이라는 백인 중년부인이 이웃에 산다. 3년 전 추수감사절 때 그에게 선물을 보내고 싶었다. 한국 전통음식을 소개할 생각으로 약식을 만들어 예쁘게 포장해 그녀를 찾아갔다. 처음 한국음식을 접한 그녀는 이것이 뭐냐며 음식을 코로 가져간다.

코를 대고 음식 냄새를 맡는 것은 한국에선 예의에 매우 어긋난 행동이다. 전통 조리법으로 8시간 중탕해 만든 음식을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 생소한 음식을 불쑥 내미니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고 스스로 위안하며 넘겼다.

오기 때문이었을까? 기회 될 때마다 그에게 한국음식을 나누어 줬다. 여전히 조심스러워하던 그녀가 어느 날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내 음식을 보면 맛있다며 반가워했다. 또 다른 이웃인 흑인 할아버지도 내 음식을 즐긴다. 그들과는 이제 친밀한 이웃이 되었다.


그런데 그들의 도움을 받을 일이 있을 줄 어찌 알았겠는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에서 전통음식 사진전을 요청받고,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소중한 문화로 전통 음식을 소개할까? 고민이 됐다.

그때 남편이 케이와 옆집 할아버지에게 사진 모델이 돼 달라 부탁하자고 했다. 조심스럽게 설명하니 두 사람 다 기꺼이 응해줬다. 특히 케이는 한국음식 팬이라며 내 음식을 들고 멋진 포즈를 취해줬다.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좋은 이웃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번 기회에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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