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과 낭만, 힐링을 그대에게…

2015-08-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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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와 바다가 아름다운 발칸반도』

지난 20세기, 발칸반도에 늘 따라붙는 수식어는 ‘유럽의 화약고’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스니아의 사라예보에서 제1차 세계대전이 촉발됐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과 러시아 사이에 자리 잡은 지리적 여건탓에 극심한 파괴를 겪었으며, 1990년대에는 옛 유고슬로비아를 구성한 소수민족이 티토 사후 종교적·민족적 차이로 인해 서로 독립하는 과정에서 잔혹한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발칸 여행길에 마주치는 풍경들은 전쟁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다. 피로 쓰인 역사이기에 곳곳에 아직도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발칸반도는 ‘사랑’이란 말과 참 잘 어울린다.

슬로베니아는 이름부터가 사랑스럽다. 도시를 다니다보면 슬로베니아(SLOVENIA) 글자 중 ‘LOVE’만 따로 색칠해 놓은 표시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줄리앙 알프스의 진주’라 불리며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광지로 손꼽히는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호수’도 사랑과 깊은 관련이 있다. 뱃사공이 직접 노를 젓는 전통 나룻배 플레타나를 타고 호수 안에 떠 있는 블레드섬에 당도하면 15세기에 건설된 ‘성모마리아 승천 성당’을 볼 수 있다. 성당에서 종을 울리면 영원한 사랑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사랑하면 종이 울리고, 그렇지 않으면 종이 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선뜻 나서기가 꺼려지지만, 그래도 블레드 섬에는 항상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유럽인들이 가장 가고 싶은 허니문 여행지이자, 우리에게는 ‘꽃보다 누나’ TV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린 크로아티아에도 사랑과 낭만이넘친다.

먼저, ‘아드리아해의 진주’로 알려진 남부 휴양지 ‘두브로브닉’으로 떠나보자. 오렌지색 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시가(Old Town)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자, 전체가 두브로브닉의 볼거리다. 길이 2㎞, 높이25m, 두께 3m에 이르는 성벽과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로 둘러싸인 두브로브닉은 두 눈을 의심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구시가지를 거니노라면 누구나 이곳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는 ‘지상에서 천국을 미리 맛보고 싶다면 두브로브닉으로 가라’고 극찬했을 정도니 그 아름다움을 짐작할 만하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릿’은 두브로브닉과 같은 고대 도시지만,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도시는 아드리아해의 아름다움이 담긴 휴양도시이자 크로아티아에서는 두 번째로 큰 항구 도시이기도 하다. 시내에는 고대 로마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임기를 마치고 여생을 보내고자 지은 ‘디오클레티안 궁전’ 등 로마시대 건축물들이 온전히 보존돼 있어 오랜 역사도시의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플릿비체 국립공원’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곳’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 ‘크로아티아의 영광’이란 수식어를 모두 가진 관광지다. 청록색 호수와 푸르른 나무, 신비한 동굴과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로 이루어진 이곳은 영화 ‘아바타’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금방이라도 요정이 나타나 말을 걸 것만 같은 절경에 1949년 크로아티아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으며, 197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플릿비체 국립공원은 총 16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92개의 폭포가 어우러져 있으며, 전체 면적은 서울시 절반 정도다. 카르스트 지형의 석회암 계곡 사이로 흘러내리는 각양각색의 폭포는 곱고 신비로운 에메랄드빛 호수와 연결돼 동화처럼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역사의 편린들이 모자이크처럼 촘촘히 박힌 발칸반도는 옛 기억을 뒤로 한 채 사랑과 평화의 기운을 퍼뜨리고 있다. 전쟁의 상흔은 여전하지만, 태고의 신비와 중세의 낭만이 공존하며 육지와 바다가 아름답게 만나는 발칸유럽에서라면 ‘낭만’ 그리고 ‘힐링’ 투어의 진수를 여실히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발칸유럽이란?

발칸유럽은 유럽 대륙의 동남쪽, 지중해와 아드리아해와 흑해 연안에 위치한 나라들을 일컫는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보스니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통로에 자리해 고대 그리스시대부터 로마, 이슬람 제국, 합스부르크 제국, 오스만투르크제국,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열강들의 각축장이 돼 왔다. 역사적으로는 힘든 세월을 보냈지만 그 덕분에 다양한 문화가 한데 버무려지면서 독특한 문명의 모자이크를 만들어냈다. 발칸이 ‘유럽 속 또 하나의 유럽’이라 불리는 이유다.


★발칸유럽 여행 TIP

아주투어는 크로아티아·발칸유럽 7개국 14개 도시를 둘러보는 11박12일 투어상품을 전문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급 새 호텔과 한국인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고급식사가 더해져 명품 낭만 여행의 진수를 선사한다.

여행객들은 먼저 루마니아의 국보 1호이자 소설 ‘드라큘라’의 배경이 된 ‘브란성’, 지상에서 인류가 세운 건물 중 세 번째로 규모가 크고, 평양의 금수산 궁전을 모방한 ‘차우세스쿠 궁전’ 등을 둘러보며 중세 건축물의 진수를 느끼게 된다.

불가리아에서는 교회, 성당, 모스크가 어우러져 독특한 색채를 띄는 도시 소피아 등을 여행한다.

네오비잔틴 양식의 ‘동방정교회’,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알렉산더네프스키교회’, 7백년간 정교회를 지켜온 ‘세인트페트카 지하교회’, 유럽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사원인 ‘바냐바시모스크’등을 둘러보며 특별한 여행의 기억을 남긴다.

아픈 역사의 상징이기도 한 세르비아의 ‘군사박물관’ ‘칼레메그단 요새’ 등을 둘러본 뒤에는 알프스의 맑은 냇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산길을 따라 보스니아의 사라예보로 이동한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를 저격함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사라예보 사건은 ‘라틴다리’라고 하는 작고 소박한 돌다리에서 일어났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쟁의 시발점이되었던 이곳을 찾아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사라예보는 또한 발칸반도 최대의 이슬람 도시이면서 ‘발칸의 예루살렘’이란 별명을 가진 기독교 도시로 가톨릭성당, 쥬이시 템플, 정교회 성당, 개신교 교회를 동시에 품고 있다.

이후 발칸유럽의 상징과도 같은 크로아티아에서는 앞서 소개한 ‘두브로브닉’ ‘스플릿’ ‘플릿비체국립공원’ 등 환상적인 볼거리를 만끽하고 슬로베니아의 그림같은 호반도시 ‘블레드’ 관광을 끝으로 여정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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