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악 레슨

2015-08-28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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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숙 / 수필가

성악레슨을 받으러 가는 첫날이다. 분수없이 들뜬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다. 70이 넘은 나이에 또다시 성악 레슨을 받다니.

수십년 전 처음 레슨 받으러 갔던 일이 까맣게 잊혀져 있다가 갑자기 기억 속에서 튕겨져 나온다. 나이와 상관이 없이 배우는 기쁨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것 같다.

여고 시절 젊은 미국 여선교사님이 각 고등학교에서 한명씩 뽑아 4명에게 무료로 성악레슨을 해주었다. 복식호흡을 가르치시며 내 손을 자신의 윗배에 얹게 하고는 호흡을 들이키니 날씬하던 배가 풍선같이 부풀어지며 돌덩이처럼 단단해졌다. 그때의 경이로움이라니! 선교사님은 철저하게 복식호흡을 훈련시켰다. 우리는 너무 힘들어서 레슨이 끝나면 파김치가 되었다.


오늘 첫 레슨 시간에 복식호흡 기초 훈련을 받았다. 젊은 여선생님의 배에 내 손을 얹을 때, 그 옛날 옛적의 미국 선교사님 모습이 겹쳐서 돌아갔다. 미묘하고도 세밀한 기억의 영상 필름은 작은 계기가 주어지자 뇌 속에 저장된 옛 기억을 찾아내 자동으로 돌리고 있었다.

나이는 어느새 사라지고 나는 15세의 소녀가 되어 숨을 들이켜 윗배를 부풀리고 숨을 서서히 내 보내며 숨결에 아~애~ 이~ 오~ 우~ 모음을 얹고 머릿속으로 공명을 시키며 소리를 밖으로 내보내는 연습을 계속한다. 신선한 힘이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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