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자 ‘구의 음악’
둥근 천정의 도시, 둥근 그림자로부터
한 송이 눈꽃이, 아무런 무게도 없는 저 작은
눈보라의 한 조각이 당신의 방으로 떨어진다. 거기
안락의자에 앉아, 책에서 눈을 들어
떨어지는 눈꽃의 짧은 순간을 바라보는 당신.
그것이 전부였다. 그 덧없음, 일었다 지는 매혹의 한 순간,
빠르게, 시간과 시간 사이로 흐르는, 꽃 없는 장례를
향한 장엄한 깨어남, 그 뿐이다. 그것이 당신의 눈앞에서
허무하게 사라져간 거친 눈보라의 한 조각이라는 생각,
몇 년 후 이 눈꽃은 다시 돌아올 것이고 그때 당신이 앉은
바로 그 자리에 앉아있을 그 누군가가 “때가 되었군.
기류는 이미 준비가 되어 있어. 하늘에 자리가 생겼어.”라고
중얼거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 이상의
아무 것도 아니었다.
/ 마크 스트랜드(1934 ~ 2014) ‘한 조각 눈보라’ 전문 (임혜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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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스트랜드는 미 계관시인을 지냈던 초현실주의 화가이며 시인이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깊은 겨울의 창가에서 시인은 작은 눈꽃을 응시하고 있다. 덧없이 일었다 지는 눈꽃 한 송이에 그가 매혹되는 것은 눈꽃이 주는 이율배반적 아름다움 때문이다. 이 시인의 시는 허무하고도 웅장하며 코믹하기도 한데 이 시도 예외는 아니다. 산다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면서 모든 것이라는 존재의 이중성에 대한 인식이 단단하고도 허허롭다.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