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항의 홍어

2015-08-1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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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자주 가는 A씨는 최근 LA 공항에서 색다른 경험을 했다. 보안 검색대에서 적발돼 정밀 조사실로 끌려가 검사를 받은 것이다. 보안 검색 요원 말로는 몸에서 폭탄 제조 성분인 암모니아가 검출됐다는 것이다.

정밀 검사를 받은 결과 폭탄은 나오지 않았고 A씨는 무사히 풀려났다. A씨가 어떻게 된 거냐고 따지자 요원은 일부 향수에 강한 암모니아 성분이 들어 있어 적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비행기 탈 때는 향수를 뿌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A씨는 향수를 뿌린 일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본 끝에 드디어 원인을 알아냈다. 공항에 오기 전 먹은 홍어 찜이 문제였던 것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의 하나인 홍어 찜은 그 향이 독특하다. 그 향이 바로 암모니아인 것이다.


홍어의 본고장 흑산도는 목포에서 50여 마일 떨어진 곳에 있다. 옛날 이곳에서 잡은 물고기를 뭍으로 가져오려면 며칠씩 걸렸는데 이 때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삭히는 방법이 고안됐다. 이 때 원래 홍어에 들어 있던 암모니아가 급격히 증가한다. 홍어 특유의 냄새와 톡 쏘는 맛은 바로 이 암모니아 때문이다. 그런데 암모니아가 질산과 결합한 질산암모니아는 폭탄 성분인 것이다. 홍어 찜을 먹고 공항에 가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러나 현 교통 보안국(TSA) 시스템은 홍어를 먹은 사람을 잡아내는 것은 잘 하지만 정작 폭탄을 적발하는 데는 낙제인 것으로 드러났다. TSA가 자체적으로 바쁜 공항을 상대로 실시한 폭탄 반입 시험 결과 70번 시도 중 67번을 적발해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96%의 실패율인 셈이다. 이런데도 비행기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기적이다. 지난 달 신임 TSA 국장으로 인준된 피터 네펭거는 “공항 보안 검색대의 이런 실패는 걱정스럽다”며 “향후 60일 동안 이런 실패를 없애기 위해 요원들 훈련을 다시 하겠다”고 밝혔다.

공항 검색대에 가면 초등학생부터 80 먹은 노인까지 샅샅이 뒤지고 ‘신발을 벗어라’ ‘혁대를 풀어라’ 등등 여행객을 번거롭게 하는 일을 보게 된다. 그러고도 폭탄의 96%를 적발해내지 못한다니 그런 검사를 왜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여행객의 99.99%는 테러와는 아무 연관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여행을 할 때마다 불필요한 불편을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신임 TSA 국장도 여행자 중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분류된 사람은 간편한 검사를 받도록 한 현 ‘프리첵’(PreCheck) 시스템을 확충해 가겠다고 밝혔다. 이 제도를 이용하려면 사전에 따로 등록을 해야 하는데 절차가 번거로워 현재는 여행객의 4%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여행객에 불편을 주며 정작 범인을 잡아내지 못하는 현 시스템은 절대 다수 시민들의 편의를 우선하면서 요주의 인물을 사전에 걸러내 집중 조사하는 방식으로 하루 속히 바뀌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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