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커피 찬가

2015-08-14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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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웅기 / 사설 우체국 운영

어릴 적부터 커피 향내를 맡아왔기에 커피는 내 오랜 친구다. 나무 타는 듯 그윽한 이 맛은 내 노래며, 꿈이며, 탈출구였다.

암울했던 시절, 잿빛 그을린 이 맛 덕분에 풍요로움의 탐닉마저 즐겼다. LP판에 출렁이는 음률에 젖었고, 순수이성에 눈을 떴고, 플라토닉 사랑의 꿈을 펼쳤으며, 시와 낭만의 향유를 즐겼다. 헐어빠진 청바지 하나면 함께 어울릴 수 있었고 또 하나가 됐다. 어깨와 어깨를 걸치고 아침이슬을 불렀던 뭉클한 기억들이 아련하다.

종로를 거쳐 무교동, 명동거리는 젊은 청춘의 파라다이스였다. 음악다방과 라이브카페는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의 아지트였고, 커피와 청춘문화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절묘한 궁합과도 같았다.

추억이여, 꿈이여, 사랑이여. 그 시절 청춘의 무수한 별빛 어우러짐에 축배를 들고 나무 타는 이 잿빛 향취로 오늘도 최상의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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