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힙합의 매력

2015-08-13 (목) 12:00:00
크게 작게

▶ 박혜숙 / 화가

마치 저항시를 듣고 있는 듯한 힙합가사의 매력에 요즘 푹 빠져있다. 비트에 맞추어 날카롭고 반항적인 언어를 쏟아내는 힙합 젊은이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쇼우미더머니’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였다.

SM, JYP 등의 기획사가 양산해내는 잘 포장되고 컨트롤된 K- POP 아이돌들이 실제로 느끼는 좌절감,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관객이 느끼는 실제의 삶에서의 괴리감을 힙합음악은 어느 정도 해소시켜준다.

한국문화 전반에 대해 때로 자긍심을 느끼는 것은 아직도 절실히 인간과 사회의 문제를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인간의 존엄성에 관해 고민하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볼펜과 씨름하며 펀치라인을 써내고, 서로 첨예한 경쟁을 하면서 나타나는 가사의 절실함과 예리한 언어감각을 보며 이들은 무척 머리가 좋은 친구들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마치 선승들이 온몸으로 한대치고 씨름하며 깨달음의 상태를 재는 얘기들을 읽으며 느끼는 통쾌함이 있다.

정화된 시가 쓰여지기 이전의 공허와 혼돈, 부정적이고 적나라한 삶의 질료가 압축된 가사에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힙합의 매력은 비트에 맞추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언어의 힘이 불러일으키는 신명과 흥에 있다.

마치 그림의 세계에서 예쁘고 단정하고 아담하게 잘 그린 그림이 일시적으로는 대중의 사랑을 받지만 더 깊고 절실하고 드높고 힘찬 세계관을 요구하는 그림의 진정성과는 거리가 먼 것과 같다. 현실의 삶 중에 젊은이들이 느끼는 회의와 좌절감을 터트려냄으로써 힙합이 천편일률적인 문화 전반에 대한 반기를 드는 것을 음미하며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권투선수의 말을 기억하곤 한다.

개인적으로 늘 언어의 힘에 매료되는데 노래를 즐기며 메시지를 음미할 수 있는 힙합을 들으며 잘 쓰여진 가사는 멀리서도 잘 들린다는 그들만의 언어감각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듣곤 한다.

로코, 도끼, 진돗개 등 이상한 이름들이 등장하고 반인륜적인 가사로 매도되기도 하지만 걸러내어질 일부의 형상이라고 본다. 힘과 패기가 넘치는 영특하고 힘찬 가사를 쓰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이기에 별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도끼( DOK2, 사진)라는 이름을 가진 청년의 음악을 즐겨듣는다. 12살부터 힙합을 해왔다는 그의 가사를 들으며 느끼는 어떤 명료함 때문이다. 좋은 차와 수억의 부를 자랑하는 그의 행보를 보며 과연 힙합이라는 장르의 최종목적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기도 하는데 대체로 부정적이고 야유에 가득차 있고 에고의 절정에 있으며 물질을 숭상하는 태도로 금목걸이를 주렁주렁 달고 있고 그들만이 내는 멋의 온갖 법칙이 있다.

고수들의 세련된 비트, 언어의 흐름, 절정에 이르는 힘과 신명으로 즐거움을 느끼게 하며 또한 끝없는 의문을 자아내는 게 힙합이라는 문화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MC 스나이퍼와 손승연, 권혁우가 부른 ‘사랑했잖아’를 들으면 일상의 지루함이 씻기고 군 장병들의 자살방지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양동근의 ‘어깨’를 들으며 가사의 깊이와 메시지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모든 것이 상품화하여 가볍게 돌아가는 자본주의 속의 대중문화에 저항하는 한편 자본주의의 가장 적나라한 속성을 보여주는 힙합을 ‘쇼우미더머니’ 프로그램을 통해 보며 느끼는 즐거움이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 순수하고 꾸밈없이 싱그러운 청년들이 웃음이 나게 골몰하는 모습이 재미있고, 그 진지한 모습을 보며 느끼는 희망과 신선함이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