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중반의 여성 환자, 오른쪽 팔을 왼손으로 받치고 필자의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표정과 구부정한 자세만으로도 극심한 통증이 있다는 걸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고, 환자는 오른팔을 내리면 팔과 손의 통증이 심해져 왼손으로 아픈 팔을 받치고 생활한지 6개월 이상이 지났다고 했다.
이 환자의 경우 손을 내렸을 때는 통증이 심하다가, 머리 위로 손을 올렸을 때 통증이 감소하는 ‘어깨 외전호전 징후’(shoulder abduction relief sign)와 팔을 양쪽으로 벌린 상태에서 머리를 지그시 눌러보거나 머리를 누른 후 좌우로 고개를 돌렸을 때 아픈 쪽으로 통증이 심해지는 스퍼링 테스트(spurling test) 결과 경추 추간판 탈출증, 즉 전형적인 목 디스크의 증상을 호소하고 있었고, 즉시 MRI 검사를 통해 퇴행성 목 디스크를 확진할 수 있었다.
퇴행성 목 디스크는 왜 나타나는 것일까? 퇴행성 목 디스크는 뼈와 디스크에 노화현상이 일어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노화가 진행되면 디스크의 수분이 소실되고 납작하게 찌그러지면서 통증이 발생하고, 척추 표면에 뼈 조직이 가시처럼 덧 자라 퇴행되어 얇아진 디스크와 함께 신경을 자극하여 주위에 염증을 일으키고 통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퇴행성 목 디스크의 증상으로는 목과 어깨가 무겁고 뻐근하고, 팔과 손 전체에 통증과 저림을 동반하기도 하지만, 마치 감전된 듯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심한 경우 팔의 근력이 약해져 물건을 들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떨어뜨리기도 한다. 또는 팔 전체가 저리기보다는 한쪽 팔의 특정 부위만 저리거나 감각이 무뎌지거나 반대로 예민해지기도 한다.
진료를 하면서 목 디스크 환자들이 가장 의아해 하는 것은 팔이나 손의 통증만 몇 개월, 극심한 통증은 단 며칠에 불과하고, 평생 목이 아팠던 적이 없는데 어떻게 목에 이런 질환이 생기는 지다. 하지만 환자 스스로도 치료를 진행하면서 목의 각도가 비정상적으로 앞으로 기울어 있다던가, 목을 앞뒤 좌우로 움직이는 각도가 현저히 줄어들어 있고, 몸의 양쪽 밸런스가 많이 틀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척추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평소 척추 건강을 해치는 나쁜 자세와 습관이 척추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예를 들면 장시간 책을 보거나, 오랫동안 목을 숙이거나, 목을 쭉 앞으로 내미는 습관, 한쪽으로만 물건을 들어 몸의 균형을 깨는 경우, 체형에 맞지 않는 베개사용으로 밤새 목과 어깨 근육이 긴장하게 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안 좋은 습관들이 척추의 균형을 깨뜨리면서 가지런하게 놓여 있는 추돌들이 제자리를 벗어나면서 목 디스크를 유발하게 된다. 또한 과로, 스트레스, 운동부족, 흡연, 과음들도 척추 질환을 일으키는 나쁜 생활습관들이다.
퇴행성 디스크 질환은 어느 정도 참을 만한 통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환자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 찾아오면 병원을 찾는다.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들의 통증 양상만 듣고 지레 짐작으로 병을 자가 진단하고, 방치하거나 혹은 자가 치료를 진행하다 잘 안 되면 이런 저런 병원을 순례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경험해 본 사람을 잘 알 것이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치료 방법이 적용되지 않으면,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므로, 전문의와의 진료와 검사를 통해 병을 확진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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