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멕시코 테오티우아칸, 고원 위에 들어선 ‘신들의 피라미드’

2015-07-1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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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테오티우아칸으로 가는 길은 상념의 길이다. 테오티우아칸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 유적이다. 해발 2,300m에 위치한 고대멕시코의 흔적 위에서 가슴은 먹먹해진다.

테오티우아칸은 멕시코시티 북서쪽 50여km 떨어진 곳에 들어서 있다. 아즈텍인들은 테오티우아칸을 발견한 뒤 그 규모에 놀라 신들의 도시로 떠받들었고 태양과 달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죽은 자와 신이 만나는 영험한 도시와 유적들은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돼있다.


융성했던 고대도시로 연결되는 길목은 멕시코시티에 기대 사는 서민들의 동네가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2,000만명이 거주한다는 세계 최대 도시의 외곽은 달동네들이 산자락과 능선을 빼곡히 채운다.


# 1,000년 영화를 간직한 고대도시

옛 고대도시의 번영은 오던 길에 만났던 복잡다단한 변두리의 모습과는 사뭇 연상의 거리가 멀다. 기원전 300년께 시작됐다는 인구 20만명의 고대도시는 1,000년의 영화를 뒤로한 채 7세기께 자취를 감췄다. 테오티우아칸이라는 이름도 훗날 주류가 된 아즈텍인들에게 의해 명명된 것이다. 내부 분열로, 혹은 북방 민족에 침략에 의해 사라졌다는 추측만 무성할 뿐 그 거대했던 문명의 흥망성쇠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테오티우아칸의 어느 입구로 들어서든 달과 태양의 피라미드를 만나게 된다. ‘죽은 자의 길’에 정면으로 들어선 건축물이 달의 피라미드다. 기원 후 500년께 테오티우아칸의 전성기 때 건설된 피라미드로 테오티우아칸의 실질적인 상징이며 경사가 급해 아슬아슬하고 범접하기 힘들다.

규모는 태양의 피라미드보다 작지만 달의 피라미드는 인간의 심장과 피를 바쳤던 제사의식이 주관됐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간을 제물로 바치던 의식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는 16세기까지 천년 넘는 세월동안 지속돼 왔다.

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 규모에 있어서만은 태양의 피라미드가 압권이다. 높이 66m에 한쪽 변의 길이만 230m로 세계 세 번째 규모이며 기원 전 200년께부터 세워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피라미드 정면으로는 약 250개의 계단이 촘촘히 연결돼 있다. 테오티우아칸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피라미드 유적으로 명성을 알린 것도 태양의 피라미드 때문이다.

여행자들은 뙤약볕과 고산지대의 가쁜 호흡을 기꺼이 끌어안고 태양의 피라미드 정상까지 도전한다. 피라미드 위로 오르는 행위가 허용되는 것도 낯설고, 남녀노소 예외 없이그 계단을 오르는 행렬도 장관이다.


태양이 머리 위로 치솟는 춘분과 추분 때는 수만명의 사람들이 이 피라미드를 찾는다고 한다. 정상에 서면 고대도시 테오티우아칸의 흔적 너머로는 광활한 고원이 펼쳐진다.

태양의 피라미드 좌우로 뻗어 있는 길은 ‘죽은 자의 길’이다. 께쌀꼬아뜰 신전에서 달의 피라미드까지 폭 45m의 길이 3km가량 이어진다. 신에게 바칠 인간 제물이 오가던 성스러운 길을 요즘은 산 자들이 빼곡히 채운다. 양쪽에 늘어선 신전과 주택 등 석조 구조물들은 고대도시의 완연한 모습을 추측하게 만든다.

고산지대에 들어선 떼오티우아깐은 현실의 문명과는 단절된 채 웅장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처럼 낙타몰이꾼들이 신전 근처를 오가는 것도 아니다.

전설의 고대도시를 가로지르는 인간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 숙연하고 먹먹한지도 모른다.


<글·사진=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aular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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