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자유 투쟁은 지금도 진행 중”

2015-06-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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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 자유 보장이 골격

▶ 동성결혼·낙태 허용 등 기독교 본질 훼손 심각

“종교자유 투쟁은 지금도 진행 중”

이민교회 관계자들은 “성경을 기준으로 반드시 수호해야 할 것과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사항을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표현하고 선택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제정 800주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견고한 신앙의 보루다. 타락과 죄악이 출렁거리지만 와중에도 회개하고 갱신한 교회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찬양이 이어진다. 예수그리스도와 그의 복음을 담은 영화와 TV 프로그램이 매년 등장해 극장과 공중파 채널을 통해 수많은 관객을 모은다.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지난 15일은 마그나카르타(대헌장) 제정 800주년을 맞은 날이다. 개인의 자유와 인간의 권리를 보장한 마그나카르타는 오늘날 민주주의 초석을 이룬다. 미국의 독립선언문은 물론 언론과 집회,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권리장전’도 마그나카르타에 기본정신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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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언론이 마그나카르타 800주년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가운데 과연 21세기 종교와 표현의 자유는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에 관심을 쏠리고 있다. 동성결혼과 낙태, 인종 분규와 소득 불균형으로 인한 갈등 속에서 교회를 향한 직·간접적 압박이 증가하는 게 사실이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될 수도 있지만 기독교의 본질을 훼손하는 엄연한 침해가 될 소지도 크다.

800년 전 6월15일 마침내 존 왕이 시민저항에 굴복하며 서명한 마그나카르타에는 자연스럽게 종교와 개인의 신앙 자유를 보장하는 내용이 중요한 골격을 이루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인권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는 영혼과 정신의 자유를 지키는 신앙의 자유야말로 가장 주요한 핵심사항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남침례교단의 뱁티스트뉴스(BP)는 15일 ‘마그나카르타와 종교자유의 부각’과 ‘마그나카르타 800주년, 깊은 관계성’ 등의 제목으로 특집기사를 실었다. 여기에서 웨스트켄터키 기술대학의 스티븐 더글라스 교수는 “종교자유를 위한 투쟁은 800년 동안 진행 중”이라면서 “오늘 날 종교자유를 둘러 싼 이슈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에 여전히 1215년에 제기된 사안이 남아 이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교회의 관계자들은 “성경을 기준으로 반드시 수호해야 할 것과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사항을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표현하고 선택할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며 “미국의 정치, 사법, 사회의 바탕이 된 마그나카르타의 정신은 이러한 종교의 자유를 배제하고 존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그나카르타는 종교의 자유를 직설적으로 주장하기 위해 제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뼈대가 된 마그나카르타 대헌장은 당시 캔터베리 교구의 스티븐 주교가 집필했다. 또 잔인한 폭정에 대항해 영국 왕 존의 서명을 받아 낸 귀족들은 교회의 평신도였다.

마그나카르타에는 목회자와 평신도 그리고 교회의 자유와 재산권을 인정하는 조항이 곳곳에 담겨 있다.


마그나카르타가 시작되는 제1장은 ‘영국의 교회는 외세의 간섭에서 영구히 자유로우며, 그 권리를 온전하게 누리고 그 특권을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회의 독립성과 자유를 보장하면서 대헌장의 문을 연 것이다.

또 22장에는 ‘성직자가 수령한 세속 재산에 벌금이 부과되는 경우, 앞서 말한 다른 자들의 경우와 같으며 그가 교회로부터 받는 수입 액수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세속적 권력이 자의에 따라 교회와 목회자를 경제적으로 탄압하는 길을 차단했다. 그러나 벌금에 대해선 일반시민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마그나카르타는 교회와 관계를 설정하면서 끝을 맺는다. 62장은 ‘나(왕)와 우리 백성·성직자건 세속인이건 사이에 발생한 모든 악감정, 울분, 원한을 모두 버렸으며 용서한다’고 밝힌다. 이어서 마지막 장인 63장은 말머리에서 ‘이에 우리는 영국 교회가 자유롭다는 점, 우리 왕국의 백성이 위에 말한 모든 특권, 권리, 양허를...’이라고 지적하면서 다시 한 번 불의한 권력으로부터 신앙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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