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들의 남모르는 고통을 아십니까

2015-06-0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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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들의 남모르는 고통을 아십니까

한국의 예성교단이 사모 수련회를 갖고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목회자가 배우자에 대해 알아야 할 11가지]

목회자 대부분은 결혼을 하고 자녀를 기른다. 다른 교인과 다를 바 없는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성직자가 갖는 부담이 있다. 또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을 유념하고 가능한 충족시켜 줘야 할 책무도 있다. 목사 가정을 꾸려가는 사모는 그 만큼 보이지 않는 짐을 지고 가게 마련이다. 절반 이상의 역할을 하면서도 뒷전에 물러서기 일쑤다. 더구나 독특한 환경에 처한 이민교회에서 사모가 겪는 어려움은 더욱 큰 게 사실이다. 라이프웨이 크리스천 리소스 대표 톰 레이너 목사는 1일‘배우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목회자가 알아야 할 11가지 사항’을 발표했다.

레이너 목사는 라이프웨이가 분석하고 밝히는 내용과 코멘트가 단지 목사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사모를 포함한 모든 교회 스태프에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레이너 목사는 댓글과 이메일을 통해 사모들이 남 모르게 고통당하는 처지를 각각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정리한 열한 가지 사항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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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롭다.’

이 표현은 교역자 배우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이다. 속을 내놓고 어려움을 털어 놓기도 힘든 상황 속에서 하소연할 상대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어려움보다 클 수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 참고 이겨내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2. ‘나도 상처 받는다.’

목회자는 수시로 이런저런 비난과 비판을 받는다. 목회자들이 이런 일에 상처를 받을 때 사모도 똑같이 아픔을 겪는다. 가장 먼저 목사와 배우자가 서로 상처를 보담아 줘야 한다.

3. ‘시간을 좀 더 내주세요.’

의외로 많은 사모들이 결혼생활이 그리 건강하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유는 뻔하다. 목사는 무슨 일이든 교인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연한 것일까? 균형 잡히고 행복한 가정이야말로 목회자와 교회 그리고 성도가 모두 건강한 신앙생활을 키워갈 수 있는 바탕이다.


4. ‘부정적인 예화에 그만 사용해 주세요.’

목회자들은 설교를 하면서 가정에서 일어난 일을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당수는 자랑보다는 실수나 고난, 우스웠던 상황 등이다. 비록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유머로 한 말일지라도 사모나 자녀는 상처를 받는다.

5. ‘나는 나에요.’

목사나 사모는 있는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배우자에게도 상황과 상대에 맞춰 반응하기를 기대하고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때로는 본래의 모습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게 필요하다.

6.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주세요.’

목사는 교회와 교인의 일을 우선 챙기게 마련이다. 많은 목회자 자녀들이 아버지의 부재에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어린 자녀가 “나는 항상 우선순위가 뒤쳐진다”는 생각을 갖고 크는 것은 비극이다.

7. ‘돈 걱정이 돼요.’

쉽게 말하기도 힘들지만 정작 가슴 속에 가장 많이 맴도는 말 가운데 하나다. 너무나 많은 목사들이 제대로 사례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목회자 자신은 물론 가정에도 고통과 상처를 남기고 있다.

8. ‘내가 비난 받을 때 말 좀 해주세요.’

사모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게다가 목사도 아무 말도 못하는 걸 보면 고통을 느낀다고 레이너 목사는 말했다. 그러면서 사모 본인이 받는 아픔은 얼마나 크겠냐고 덧붙였다.

9. ‘집에 와서는 가정에 신경 써주세요.’

정말 바쁘고 필요한 일은 이해한다. 하지만 일부 목사는 가정에서도 바깥 일을 내려놓고 집안을 돌보려 들지 않는다.

10. ‘이사를 너무 많이 해서 염려됩니다.’

목회자 가정은 이사가 잦다. 이런 환경이 가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11. ‘교회에서 진정한 관계를 맺기 힘들어요.’

속내를 드러내기 힘든 이런 분위기가 사모에게 고립감과 외로움을 준다.


<유정원 종교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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